‘식탁 위의 세계사’(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와 ‘옷장 속의 세계사’에 이어 나온 ‘의식주의 세계사’ 시리즈 완결판이다. 전작에서 후추, 소금, 감자 등 식탁 위에 놓인 양념과 채소를 가지고 또 청바지, 와이셔츠 등 옷장 속의 의류를 소재 삼아 세계사를 종횡 무진했던 저자는 이번에 지붕, 서재, 욕실, 다락 등 주택을 구성하는 공간들에 주목한다. 놀랍게도 거기서도 역사 이래 인류가 만들어온 세계사에 관한 이야기가 실 뭉치 풀리듯 술술 나온다.
엄마가 자녀에게 들려주는 말투의 이야기는 더없이 다정하고 친절하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가끔은 한참을 둘러서 얘기할 줄 알고,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주변의 자잘한 이야기를 끌어오기도 한다. 필요한 정보만 주는 책과 다르게 공감하며 읽게 만드는 힘이 여기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세계사 이해를 위한 나침반을 제시하는 것이 책의 미덕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역사 수업에는 낯선 단어가 참 많이 나와서 역사를 이해하는데 걸림돌처럼 여겨지기도 해. 고딕이라든가 바로크라든가 하는 단어 말이야. 하지만 이런 단어들은 잘만 이해하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기고 한다. 르네상스라는 말에도 그 시대를 설명하는 힌트가 담겨 있어.”
설렁설렁 읽다가도 요런 대목이 나오면 바짝 긴장하며 읽을 것 같다. 필리핀에서 살 때 본 니파야자잎 초가지붕 얘기에서 글을 시작해 세계 건축사에 빛나는 로마와 피렌체의 돔 지붕 얘기를 거쳐 자연스럽게 핵심 주제인 르네상스의 의미로 나아간다. 세계사를 이해하는 징검돌 하나가 청소년 독자의 가슴에 쏙 박히는 순간이다.
책은 욕실을 통해 프랑스 혁명을, 다락을 통해 나치 독일을, 발코니를 통해 로마의 기독교 공인을, 부엌을 통해 인도 세포이의 반란을 얘기하는 등 10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청소년 책-지붕 밑의 세계사] 서재·욕실·다락에 녹아든 세계사
입력 2015-12-10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