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어느 날,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병원 기도실에 들어간 소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제발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교회에 꼭 나갈게요. 일요일 마다 꼭 교회에 나가고 착하게 살게요. 그러니 우리 엄마만 살려주세요.”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일까.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어머니는 아주 천천히 건강을 회복하고 아들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가정형편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구두닦이 아버지의 얄팍한 지갑으론 달동네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갈 실력도 없었지만, 설령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엄청난 등록금을 댈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는 낙망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는 대신 군대에 들어가 국방의 의무를 마친 뒤 어깨너머로 미용기술을 배웠다.
갈고 닦은 실력은 언젠간 빛나기 마련이다. 그는 20대 후반에 일본 도쿄미용전문학교와 영국 비달사순, 토니앤가이를 수료한 뒤 귀국해 월급쟁이로 지내다가 새천년을 맞아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창업했다. 현재는 전국 대도시에 4개의 미용아카데미를 운영하고, 50여 곳의 헤어숍 체인점을 둔 교육자이자 사업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권홍 대표이사 권홍(49) 원장의 이야기다. 권홍헤어와 권홍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그는 최근 펴낸 ‘약속-헤어디자이너 권홍의 무릎으로 경영하기’(아름다운동행)를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 책은 권 원장의 신앙성장 기록이자 신앙의 힘으로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키워 온 자기계발서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권 원장은 사회적 성공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나님과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고백을 털어놓는다. 그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신조를 가슴과 머리에 새기고 다닌다. “달동네에 살면서 가난한 가정 형편에 눈을 깜박이는 틱장애까지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성적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어머니를 살려주신 분에게 갚아야할 빚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다른 길로 빠지지 않았습니다.”
권 원장은 “어머니를 살려주시면 믿음생활을 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하나님은 놀라운 선물을 허락하셨다”면서 “보잘것없는 나에게 헤어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하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유학과 창업의 길까지 열어주셨다”고 자랑했다.
권 원장은 아침을 예배로 여는 것뿐 아니라 점심에도 예배를 드리고, 목요일에는 저녁예배까지 드린다. 선교와 봉사활동도 함께 펼친다. “예배드리기 싫어서 퇴사한 직원들도 분명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교회를 다녀보지 않았던 아카데미 학생들이 예배를 드리며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감사할 뿐이지요. 제 삶은 더 단순해지고, 더 여유로워졌으며, 가정은 더 행복해지고, 회사 분위기도 더 좋아졌으며, 사업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권 원장은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하나님이 자신의 삶 가운데 베풀어주신 은혜가 크고, 많고, 너무 놀랍기에, 가슴 속 가득한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해 본인이 체험한 하나님의 사랑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별히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패배주의’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성공과 복, 잘사는 것에 대해서 세속적인 기준으로 프레임화 시켰기 때문입니다. 사탄은 시스템을 통해 계속해서 우리로 하여금 ‘불안’하게 만듭니다. 불안하니까 조급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뛰다 숨이 차게 되지요. 그러나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이 우리와 하신 약속을 바라보면,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잊지 마세요. 하나님은 우리가 약속 안에서 평안하지만 강건하게 살기를 바라십니다.”
권 원장은 개인 사업가이다. 하지만 결코 돈을 좇아 사업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살아오며 경험한 삶의 지혜를 매일 갈고 닦는다. 하나님의 사업을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권 대표는 은행 잔고가 부족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안하단다. 돈이 아니라 어떤 일이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지금도 사업은 몇 배 성장했으나 주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가진 돈이 없다는 건 하나님께 무릎 꿇을 수 있는 조건이 되니 오히려 유익하다. 그는 감히 이렇게 기도한다고 했다. “하나님, 사업은 성공하더라도 내 통장은 언제나 비어 있게 해 주십시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저자와의 만남-‘약속…’ 펴낸 권홍 원장] “엄마를 살려주세요” 기도 후 기적이 계속됐다
입력 2015-12-10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