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을 돌이키면 하나님께서는 내가 가진 능력보다 몇 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것은 내가 새벽마다 무릎 꿇고 부족함을 간구하니 지혜를 주시고 귀한 만남들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세계 다큐멘터리 영화제 7곳에서 수상한 ‘달팽이의 별’ 주인공인 조영찬 장애인 부부는 남편이 시각과 청각이 상실된 중복장애인이고 아내는 척추측만증 장애인이다. 그런데 이들이 개발해 사용한 촉점자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를 응용해 우리 연구소와 KT가 손잡고 시청각 중복장애인과 소통하는 ‘점어기 개발 시연’을 함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계속 연구 중이니 곧 활용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이밖에도 한국의 지적·발달장애인협회를 유엔 단체로 가입시키거나 KOICA가 콜롬비아에 짓는 재활센터 건립 자문 등 내가 장애인 관련 재활 및 복지를 위해 관여하는 분야는 참으로 많다. 이 모든 것 하나 하나가 열매로 맺어질 때마다 내가 느끼는 기쁨과 감사는 남다르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이것을 이뤄주시고 힘주시고 계심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갖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긍휼과 사랑은 나의 의지가 아닌 성령의 만지심이 분명하다. 그들이 참 사랑스럽고, 가르치는 것에도 보람이 넘친다.
그동안 장애인 부모들을 만나 재활 상담을 해주면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신앙이다. 진정한 재활은 자신의 생명이 하나님께로 왔고 이 땅에서 허락하신 목적대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다가 본향으로 가는 것임을 인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 세례문답 등 신양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했던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단지 시혜적 복지는 높으나 아직 일자리를 주거나 배려하는 수준이 낮다. 스웨덴의 경우 삼할(Samhall)이란 공기업에서 어떤 장애인이라도 하루 서너시간 일하는 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보장시켜줌으로써 우리를 부럽게 만든다.
1990년에 제정된 미국장애인법은 ‘합리적 배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피츠버그 대학 4층 총장실에 가려던 휠체어 장애학생이 엘리베이터가 없어 올라가지 못하게 되자 학교를 상대로 고소를 했는데 그 판결이 재미있다. “피츠버그대 총장은 그 장애 학생처럼 한 달간 의무적으로 휠체어 생활을 해보라”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법’이 시행되고 있어 정당한 편의제공을 외면하거나 악의적 차별은 처벌토록 하고 있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어떤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지 살피는 배려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한다.
연재를 마치며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많은 분과 특히 어머니 박은순 권사, 아내 구은옥 선교사에게 감사한다. 간호사로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OM선교사로 사역했던 아내는 선교 후원자였던 어머니의 소개로 나를 만나 오늘까지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주었다. 평생 선교사로, 또 장애인 전문가로만 살려고 했던 두 사람이 두 자녀를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난 참 눈물이 많다. 새벽강단에서, 주일예배에서 걸핏하면 손수건을 꺼내야 한다. 모든 것이 은혜이고 감격이고 감사이기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주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 어디까지인지 아직 나는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초심으로 돌아가 맡겨진 사역들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래서 주님께 “잘했다” 칭찬받는 종이 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연재글을 읽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나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종인 <20·끝> 나의 장애인 사랑 뒤엔 하나님의 긍휼이 늘 함께
입력 2015-12-10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