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장 “10년 뒤 EU 존재할 거라 장담 못해”

입력 2015-12-09 21:34
유럽연합(EU) 안에서 ‘유럽의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진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 위협이 커지면서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공습에는 군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회원국들이 이민자 정책 등에 자국의 득실을 계산하면서 EU의 내부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 등은 8일(현지시간) 역내 자유이동 등의 이슈를 놓고 협상 중인 영국과 EU가 접점을 찾지 못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전날 EU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 총리가 제기한 문제는 쉽지 않다”면서 “복지혜택과 자유이동 제한에 관한 요구는 가장 어려운 문제이며 상당한 정치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요구사항 가운데 가장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부분은 EU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이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EU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근로에 기반한 복지혜택과 주택지원 신청자격을 갖추려면 4년의 기간을 두도록 한 요구사항에 대해 회원국들 사이에 공감대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자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 문제는 특히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영국 집권 보수당 강경파는 브렉시트를 불사하고서라도 이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 2월 EU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EU의 존립이 위기에 놓였다는 경고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최근 독일 언론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EU는 분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EU가 향후 10년간 존속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EU가 분열을 막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 결과가 매우 극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슐츠 의장은 “EU에 대한 대안은 국경과 장벽이 있는 유럽, 국가주의에 빠진 유럽일 것”이라며 “과거에 그런 유럽은 반복적으로 재앙에 직면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매우 끔찍하다”고 말했다.

최근 파리 연쇄테러 이후 안보위기가 부각되면서 유럽에서는 EU 역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 개정이나 국경 봉쇄 등의 방편이 거론되면서 국가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등 5개 국가만 묶어 국경을 두고 이외 EU 국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겠다는 ‘미니 솅겐’ 등의 아이디어도 논란이 됐다.

슐츠 의장은 “분명한 것은 EU의 바깥쪽 국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임무”라면서 “EU 내에 국경벽을 세우는 것은 우리 모두를 다치게 하는 쓸모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