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 ‘사슴벌레 소년’ 서울대 갔다

입력 2015-12-09 17:47

농촌지역 고교생 2명이 특이한 호기심과 경력으로 서울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13개 학급에 전교생 322명의 시골학교인 경북 군위군 군위고등학교는 53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 2명 합격’이라는 경사를 맞았다.

2016학년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산림과학부에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고종빈(19)군은 어릴 때부터 사슴벌레를 직접 키워온 ‘곤충박사’로 통한다. 고군은 팔공산 자락인 군위군 부계면에 있는 시골집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사슴벌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백 마리를 키웠고, 친구 등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도 적지 않다.

사슴벌레가 태어나면 성장과정을 일일이 관찰하고 꼼꼼하게 일지로 정리해 지역에서 ‘군위의 파브르’로 불렸다. 3년 전 군위읍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시골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주말과 방학 때면 어김없이 시골집에서 사슴벌레를 돌봤다. 농사짓는 부모님이 “사슴벌레 걱정은 그만하고 공부 열심히 해라”고 당부했지만,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고군은 개인 블로그까지 만들어 사슴벌레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전문서적도 탐독했다.

그는 학업도 열심히 해 전 과목 교과 우수상, 수학·과학·영어 경시대회 입상 등 교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고군은 대학에서 곤충을 비롯해 산림자원 전반에 관한 공부를 해 이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담임 김종성 교사는 “곤충 사육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종빈이는 끈기와 호기심을 잃지 않고 매진해 왔다”면서 “관심 분야를 꾸준히 공부한 시골 소년이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있다는 게 무척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와 카이스트에 동시 합격한 김소영(19·오른쪽)양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건축학교를 다니면서 건축공부를 해온 사례다.

어릴 때부터 공간기획가를 꿈꿔 온 김양은 자동차로 40분 떨어진 대구지역 건축학교에 등록해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며 건축 공부에 매진했다. 김양은 또 과학에 대한 재미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교내 ‘과학신문’ 편집장을 맡아 발간한 신문을 군내 초·중학교에 일일이 배포했다. 이과반에 편성된 김양은 교내 시낭송대회와 논문발표대회에서도 입상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교우관계도 좋았다. 군위고 안중헌 교장은 “두 학생의 차별화된 호기심과 적극적인 학교생활이 진학하는 데 큰 에너지로 작용한 것 같다”고 반겼다.

군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