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무능,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번 주 초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우파 야당이 완승을 거둔 것은 좌파의 성적표 탓이다.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좌파의 성적은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성장률은 -4%이고, 인플레이션은 20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성장률 -6%, 인플레이션 350∼800%까지 전망한다. 생필품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재정은 고갈됐으며, 통화가치는 암시장에서 81%나 하락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수출액 비중의 96%를 차지하는 원유가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에서 30달러 선까지 급락했으니 나라가 지탱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싼 휘발유값(ℓ당 500원 미만)을 유지하고,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무상교육·의료 등 무상복지에 치중한 결과다. 지난 17년 동안 생산시설 중심의 1500개 기업을 국유화했고, 그러는 사이 외국 대기업들은 문 닫고 철수했다. 차비즘(Chavism·차베스의 정책이념으로 남미 포퓰리즘의 상징어)의 처참한 성적표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는 중도우파 후보가 집권 좌파 후보를 물리쳤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탄핵 직전이다. 좌파 벨트가 허물어지는 것은 유럽도 비슷하다. 이를 좌파의 무능과 포퓰리즘 때문이라고 낙인을 찍는다면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경제난은 세계적 현상이고 집권세력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악마의 포퓰리즘’이 유독 남미와 유럽의 이런 나라들에서만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역시 국가관리 능력 부재 때문인 듯싶다. 능력보다는 표와 달콤한 구호가 우선인 정치 리더십 말이다. 경제가 잘 버티는 국가들은 좌우 대립 속에서도 정치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팔로십이 합리적으로 작동되는 곳이다. 지도를 펴놓고 잘나가는 나라들과 그렇지 못한 나라들을 꼽으면서 한 번 생각해 보시라.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차비즘의 몰락
입력 2015-12-09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