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주장에 미 정가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유엔 등 국제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부터 영국 총리, 프랑스 총리, 유엔난민기구는 앞다퉈 트럼프의 막말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뉴욕의 지도층 인사들은 안티 트럼프 집회를 열기로 했고, 중동의 부호들은 트럼프와 사업 단절을 선언하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다른 공화당 주자들은 트럼프가 만약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당장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를 비판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무슬림 입국 금지는) 공화당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트럼프의 주장이) 분열적이고 도움이 되지 않으며,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말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트럼프는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우리의 유일한 적은 극단적 이슬람이지 이슬람 전체가 아니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유엔고등난민판문관실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트럼프의 발언은) 선거용으로 한 말이겠지만 난민정착 프로그램을 매우 위태롭게 만든다”고 개탄했다.
트럼프의 고향인 뉴욕에서는 뉴욕시의회 멜리사 마크-비베리토 의장이 뉴욕의 종교·지역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뉴욕시청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집회를 9일 열 계획이다. 뉴욕시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77만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실내장식품 브랜드인 라이프스타일은 트럼프 회사 제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캐나다에서는 증오를 부추기는 트럼프의 캐나다 입국을 금지시켜야 하며 트럼프의 이름을 딴 부동산 명칭에서 트럼프를 빼자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고 캐나다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미 ABC방송의 바버라 월터스가 ‘발언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전혀 (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한 뒤 “내가 옳은 말을 했다”고 강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럼프, 세계의 골칫덩이로…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 후폭풍
입력 2015-12-09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