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타먹는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후보 물질 개발… KIST·뇌과학연구소 연구팀

입력 2015-12-09 17:49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이 물질은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을 90∼95% 이상 제거하고 흡수율이 높아 물에 타 먹을 수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김영수(사진 왼쪽) 박사와 김동진(오른쪽) 소장 연구팀은 ‘EPPS’라는 화합물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응집체를 뇌에서 거의 제거하고 기억력 감퇴와 인지능력 저하 등 치매 증상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켜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가 정상인 뇌에도 분포돼 있으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뭉쳐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어 EPPS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독성이 없는 단량체 형태로 풀어주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EPPS를 식수에 녹인 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에게 3개월간 먹인 결과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와 대뇌피질 부위에 널려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가 거의 사라진 것을 관찰했다. 또 쥐의 기억력 테스트 검사에서 인지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됐고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신경 염증도 사라졌다.

김영수 박사는 “EPPS는 특히 뇌의 혈관장벽을 쉽게 통과해 먹거나 마셔도 뇌에서 흡수가 잘 된다. 복잡한 투약 절차 없이 식수 등과 함께 EPPS를 섭취해도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EPPS가 의약품으로 허가될 수 있도록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