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찾아 뉴스를 훑어보는 시대다. 뉴스는 더 이상 저널리스트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수많은 개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뉴스를 만들고 소비한다. 여행, 불안, 일, 건축 등 현대적 일상을 탐구해온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뉴스의 시대’를 쓴 것은 뉴스가 이 시대의 중요한 주제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이토록 많은 뉴스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뉴스의 시대’에 저널리스트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절망에 휩싸여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비욘드 뉴스’는 뉴스의 활기와 저널리즘의 우울을 함께 조명하면서 그 원인으로 ‘뉴스의 실패’를 짚어낸다.
세계 경제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2일의 대형 국제뉴스는 G20 회의에서 약 1조 달러의 자금을 국제통화기금에 위탁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발표는 오전 11시(뉴욕시간 기준)에 나왔다. CNN 등 여러 방송사가 현장을 생중계했다. 11시10분 가디언 블로그에 최초의 기사가 떴고 거의 동시에 영국의 블로거 사이트 ‘인탱글드 얼라이언스’에 관련 글이 떴다. 11시16분 USA투데이 웹사이트를 시작으로 11시50분까지는 MSNBC, 허핑턴포스트, 드러지리포트, 야후 등에 발표 내용이 올라왔다. 12시3분에 구글 뉴스가 최초의 분석 기사를 내보냈으며 6분 뒤에는 폴리티코가 발표문 전문 링크를 추가했다. 이후 두어 시간 내에 모든 뉴스 사이트에 소식이 퍼졌고, 유튜브에선 발표 장면을 담은 동영상 클립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면 신문들은? 4월 3일 아침에 ‘합의’ 제목으로 이 기사를 전했다.
미국 뉴욕대 아서카터연구소 저널리즘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인쇄 신문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느리다”면서 “통신사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든 사람들이 다루는 주요 기사들을 위해 뉴욕타임스가 할 수 있는 일이 AP 기사에 부가가치를 조금 덧붙이는 정도뿐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 “경우에 따라선 동영상이나 실시간 카메라를 통해 그 사건들을 직접 관찰할 수도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보도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실시간 뉴스 시대에 신문들은 언제까지 ‘어제의 뉴스’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마추어들(1인 미디어·블로그·팟캐스트 운영자, 유튜브·소셜미디어 업로더 등)이 뉴스 경쟁에 이미 들어온 상황에서 전통 언론들은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뉴스원이나 전문가들이 SNS로 직접 발언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을 중계해주던 저널리즘은 앞으로 뭘 해야 하는가? 보도의 정확성과 품질을 높이는 ‘퀄리티 저널리즘’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전통 언론이 직면한 무수한 질문들을 던진 뒤 하나의 해법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은 그가 ‘지혜의 저널리즘’이라고 이름 붙인 것으로, 사실 전달이 아니라 해석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저널리즘이다.
저자는 전통 언론을 ‘리얼리즘의 노예가 된 저널리즘’이라고 표현하면서 팩트, 균형, 객관주의 등에 대한 숭배를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 대신 ‘해석’과 ‘관점’을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목표로 제시한다. 저자는 “해석이 저널리즘 조직의 최우선 임무, 즉 ‘1면 임무’가 될 것이란 게 여기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라고 분명히 말한다. 책에서 “좀 더 해석적인 저널리즘” “조사, 분석이 중시되는 저널리즘” “분석, 의미, 맥락, 주장을 향해 가는 저널리즘” “더 많은 연구, 지성, 분별력 그리고 독창성을 가진 저널리즘” 등으로 설명된다.
수렁에 빠진 저널리즘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책은 중요한 질문을 포착했고, 뉴스의 역사와 언론의 현실을 아우르며 통찰력 넘치는 시각을 제시한다. 직업적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뉴스의 시대를 사는 시민들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듯 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길] 수렁에 빠진 저널리즘 어디로… 이젠, 해석과 관점이다
입력 2015-12-10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