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체포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찰은 조계사에 은신 중인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9일 오후 4시까지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집행에 들어가겠다는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조계종과 조계사 측이 반대해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체포 저지를 위한 소집령을 내렸다.
‘8일 16시 기준 24시간 내’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상균이 오늘 16시를 기준으로 24시간 이내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 기한 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영장 집행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종교시설에 진입한 체포 작전은 2002년 3월 10일이 마지막이다. 조계사에 한 달 넘게 은신해 있던 발전노조원 7명을 체포하려고 병력을 투입했었다. 조계사 측 동의를 받은 작전이었지만 신도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경찰은 이후 13년9개월 동안 종교시설에 진입하지 않았다.
강 청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강제진입’ 거론을 극도로 꺼렸다. 그는 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강제 집행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11월 14일부터 그렇게 인내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하루아침에 뭘 하겠느냐. 그렇게 돌발적이고 급박하게 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었다. 하루 만에 입장이 급변한 데 대해 강 청장은 “한상균이 올린 페이스북 글을 보고 스스로 영장 집행에 응할 가능성이 아주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7일 밤 9시39분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신도회 고위급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객(客)으로 한편으론 죄송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불교계 반대해도 강행”
경찰은 조계종을 상대로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8일 오전 조계사를 찾았다. 그는 조계사 주지와 화쟁위원장에게 보내는 글에서 “한상균이 빠른 시일 내에 자진퇴거토록 요청 드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찰은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의 은신을 용인하고 있는 조계사와 조계종 측에도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등에게 요청한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구 서울청장의 조계사 방문은 형식적 ‘명분 쌓기’ 측면도 있다. 강제진입 계획은 그가 조계사를 방문하기 전 경찰청장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경찰은 가장 낮은 단계부터 여러 대안을 검토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곧바로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구 서울청장이 다녀간 뒤 화쟁위는 “한 위원장이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때 화쟁위가 9일 오후 5시까지만 중재자 역할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사실과 다르다.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강제집행 계획을 통보받은 화쟁위는 추가 입장 자료에서 “경찰이 일방적으로 체포영장 집행 기한을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러나 강 청장은 “이미 모든 단계를 다 거쳤기 때문에 조계사나 조계종 의사와 관계없이, 설사 반대하더라도 말 그대로 ‘강제 집행’을 하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한상균, 제 발로 나올까
8일 조계사 경내는 한 위원장을 끌어내라고 소리치는 신도들로 소란이 빚어졌다. 오후 1시30분쯤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 단원 등 수십명은 한 위원장이 머무는 관음전 4층까지 진입했다. 4층 입구가 철문으로 잠겨 만나지는 못했다.
한 위원장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법 스님과 출두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점에 대해서는 서로 충분히 논의하자는 입장을 냈었다. 출두 전제조건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차이를 확인했지만 노력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밤 발표한 투쟁방침에서 “위원장 체포·침탈이 감행될 시 즉각 총파업 및 총력투쟁에 돌입한다”며 “9일 16시를 전후로 수도권 조합원을 조계사 인근으로 결집시킬 것”이라고 했다.
강창욱 심희정 기자 kcw@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출두 시한 통첩… ‘작전’만 남은 경찰, 한상균 선택은
입력 2015-12-08 21:26 수정 2015-12-09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