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종인 <19> 장애인이 가진 ‘또 다른 능력’ 개발하도록 도와야

입력 2015-12-09 17:42 수정 2015-12-09 22:16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달 24일 발달장애 인재개발센터 개소 및 국제세미나를 개최한 김종인 교수.

연재하는 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250만명이다. 이 중 지체장애인이 51%로 제일 많고 65세 이상 노인장애인도 40%나 된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 발달장애는 21만명으로 전체 장애인구의 8.3%이다. 0∼30세 장애인 중 53%가 발달장애인으로 교육과 재활, 생애주기별 복지의 핵심적 대상으로 부상되고 있다. 10년 전이었다. 발달 장애인에게도 고등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한 대학의 사회복지 교수가 내게 핀잔을 주었다.

“교육효과도 없는 지적장애인에게 나사렛대학은 왜 그렇게 많은 등록금을 받고 교육을 시킵니까?”

당시 지적장애인 고등교육은 부정적 견해가 훨씬 많았고 무용론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사렛대 재활자립학과는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소위 ‘서울대’로 불릴 만큼 경쟁력 있는 학과로 크게 부상했다.

첫 졸업생부터 90%이상 높은 취업률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2년 재활자립학과 학과장을 지내며 발달 장애인 영어교육(SLD)를 직접 가르쳤다. 일반 학생도 아닌 발달 장애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무척 부담이 되어 의사소통과 가르침의 은사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었다. 나는 이때 확실히 깨달았다. 기도는 하나님과 사람의 소통이며, 사람과 사람의 소통 또한 성령의 능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지와 감각적 영어소통기법으로 시도했는데 하나님은 지혜를 주셨고 효과도 탁월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교육의 수월성을 찾게 돼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발달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직종개발 및 고용을 위해 국내 최초로 ‘발달행정보조사’ 자격증을 개발했다. 노동부 승인을 통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이 자격증은 자격연수교육과 함께 의사소통, 직업일반, 문서수발, 정리정돈 등 4과목을 심층면접과 실기시험으로 검정 60점 이상 받아야 자격증을 준다. 올해 113명이 이 자격증을 받아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은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 다운증후군의 경우 낙천적인 성격으로 밝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충직한 청지기로 보조업무를 잘 수행한다. 암에도 걸리지 않는다. 자폐성은 한 가지 일에 몰입해 단순직업에 탁월하며 맡은 일에 강한 소신이 있고 일부는 아이큐가 150 이상으로 나타난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는 천재성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유형을 잘 살펴 각자에 맞는 직업과 일을 찾아주는 것이 장애인 재활이며 큰 틀에서 고용확대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늘 노심초사하고 기도하며 장애인 재활과 직업개발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가운데 올해 초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과 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발달장애인 사업제안이 공모됐는데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에서 제출한 ‘발달장애 인재개발센터설치 운영프로젝트’가 선정된 것이다. 나와 연구원들은 큰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발달장애인을 인재로 개발한다는 것을 아직도 역설이자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하지만 난 그분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발달장애인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격체입니다. 각 인간에게 하나님께서 고유한 사명과 능력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또 다른 능력(Differently Able)을 찾고 개발시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도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