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연일 쏟아졌지만 정부·여당의 경제활성화 법안은 9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 어려운 형국이다. 최대 ‘연내 입법’ 과제인 노동개혁 5법 처리는 10일부터 열릴 임시국회에서조차 합의를 보기 어려워 장기표류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여야가 정기국회에서 ‘합의 후 처리한다’고 합의했던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사회적경제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6개다.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이들 법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20여분 만에 입장차만 확인한 채 서로 발길을 돌렸다.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해주는 반대급부로 새정치연합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함께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선 국가정보원 활동을 감시·감독하기 위한 국회 정보감독지원관실 신설 등 당초 수용 불가 원칙을 밝혔던 야당의 요구까지 충분히 검토해 조속히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를 보는 건 (합의)보는 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야당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 수석부대표는 “상임위에서 합의가 안 된 쟁점 법안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처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박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30개 중에 처리 안 된 것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딱 하나”라며 “그 책임을 야당에 돌리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 원내수석은 이 회동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자 곧바로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쟁점 법안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의장이) 국민을 위한다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심사기일 지정을 통한 직권상정이라는 것도 여야 지도부 간 합의가 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의 심사기한 지정은 천재지변이나 전시(戰時) 등 국가비상사태 또는 여야 합의가 이뤄졌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 경우 심사기한 내 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은 본회의에 곧바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 결국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쟁점 법안을 의장이 직권상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정 의장 판단이다.
노동개혁 5법은 여야 간 최대 쟁점이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지만 접점을 못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5개 법안 중 기간제근로자보호법·파견근로자보호법에 대해 “비정규직을 더 늘리려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나머지 3개 법안에 대해서만 “개악 요소가 제외되면 충분히 입법이 가능하다”며 분리 처리 방안을 거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 대표는 “왜 제1야당이 민주노총에 발목을 잡혀 꼼짝 못하느냐”며 이를 일축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대통령 고강도 압박에도… ‘대립 법안’ 장기표류 가능성
입력 2015-12-08 21:06 수정 2015-12-09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