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산유국들이 부도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일제히 큰 폭으로 급등했다. CDS프리미엄은 채권 발행국이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이 증가할수록 올라간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의 CDS프리미엄은 지난 이틀간 9.14bp(1bp=0.01%) 치솟아 294.14bp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9.51bp 오른 457.00bp, 멕시코는 7.55bp 오른 167.55bp를 각각 기록했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바레인과 두바이가 각각 4.85bp와 2.19bp씩 오른 362.46bp와 229.05bp, 아부다비는 1bp 오른 87.00bp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시사주간 ‘위크’는 “저유가로 인해 OPEC 구성원 상당수가 큰 폭의 예산 적자와 씨름하고 있다”면서 “이들 걸프국가들은 수입지출 격차를 충당하기 위해 수십억 파운드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융통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오일 쇼크가 지속되면서 ‘막대한 사회복지 혜택’을 자랑하던 산유국들은 경제 위기를 넘어 정치 불안 우려까지 맞닥뜨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밝힌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적자 규모는 1300억 달러(약 153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달한다. 누적되는 적자로 사회보조금 삭감이 불가피한 지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지역 6개 산유국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그간 유지해 온 무세금 정책을 포기하고 7일 부가가치세 도입을 선언했다. 저유가로 말미암은 정부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2010년대 들어 계속되는 경제위기로 시름하고 있는 중남미 산유국들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저유가로 200%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는 중이다. 베네수엘라의 화폐 볼리바르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됐고 각종 생활필수품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지난 6일 총선에서 집권당 참패의 빌미가 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저유가 쇼크] 부도위기 처한 산유국들… 신용부도 ‘CDS프리미엄’ 큰 폭 상승
입력 2015-12-08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