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진영이 당직 사퇴와 탈당 카드를 언급하며 문재인 대표 사퇴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문 대표를 비판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회군’했던 비주류 진영이 이번에는 진군 깃발을 들고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비주류 진영이 탈당이라는 ‘루비콘 강’을 건널지는 안철수 의원이 키를 쥐고 있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표에게는 당을 살리고, 화합을 위한 진정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제가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남으로써 통합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는 시도 때도 없이 계속적으로 혁신을 주장하지만, 국민과 당원이 요구하는 혁신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문재인 대표가 당을 살리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야당에는 악마가 산다”는 말을 전하며 “악마는 당을 분열시킨다. 악마가 활개를 치는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모두 떠날 것”이라고도 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비주류 당직자들도 연쇄 사퇴를 검토 중이다. 최 정책위의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문 대표를 향해 “당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계속 그냥 마이웨이로 고집했던 것은 지나치게 자폐적인 당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무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비주류 진영은 집단행동도 조직화하고 있다. 비주류 의원모임인 ‘구당모임’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공식회동을 갖고 문 대표의 사퇴의 필요성과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지도부 교체에 대해 공감했다.
비주류는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호남 의원뿐 아니라 수도권 의원들도 탈당을 불사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야당이 난립할 경우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가 인천 부평갑인 문병호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것(낙선 우려) 때문에 친노에서는 비주류가 못 나간다고 소리치고 있지만 돌파해야 한다”며 “분당을 해서 신당을 한다면 쉽지 않은 선거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진영에서는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 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화민주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 등으로 나눠져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평민당이 수도권에서 약진하면서 제1야당이 됐고,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안 의원이 탈당한다면 ‘제2의 평민당’을 만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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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8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