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작은 문제가 큰일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서양 속담이다. 새누리당이 딱 그 짝이다. 공천 결선투표 도입에 의견을 모으자마자 실시 조건을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세부항목 때문에 자칫 ‘공천 룰’의 큰 합의가 어그러질 판이다.
◇비박계 “전략공천의 다른 이름”=친박(친박근혜)계는 일반국민·당원 여론조사로 치러지는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비박(비박근혜)계는 1·2위 표차가 오차범위 이내일 때만 결선투표를 실시할 것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과반 득표’를 기준으로 하면 대다수 지역에서 결선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8일 “1대 1 구도가 아니라면 1차 경선 때 과반 득표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특히 공천 경쟁률이 치열한 영남권은 대부분 결선투표가 치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친박계의 ‘과반 득표’ 기준은 사실상 ‘현역의원 물갈이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역이라도 50% 득표를 넘기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현역 대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의 결선투표가 상당수 지역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비박계, 특히 현역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과반 득표’ 기준은 대구·경북(TK) 지역 등의 ‘유승민계’를 현 정부와 청와대 출신 인사로 물갈이하겠다는 사실상의 전략공천”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정치 신인 배려 차원”=친박계는 결선투표제 도입은 정치 신인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말한다. 김무성 대표가 도입을 추진했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상향식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역보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따라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현재도 3인 이상이 참여한 경선에서 여론조사 1∼2위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들어오면 재투표를 한다”며 “따라서 오차범위 내만 결선투표를 한다는 것은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비박계 주장을 반박했다.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자 공천특별기구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라디오방송에 출연,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 결선투표가 확정된 게 아니며 특위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결선투표는 오차범위 내에 사람들로 한 번 한다든가”라고 말해 비박계 주장에 힘을 실기도 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정두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 (막아내지 못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똑같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친박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9일 국회에서 열기로 한 송년 세미나에서는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었던 완전국민경선제 무산으로 인해 공천 룰 논의가 늦어진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새누리 ‘공천룰’ 디테일 전쟁] 非朴 “결선투표=전략공천” vs 親朴 “정치신인 배려”
입력 2015-12-08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