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야당을 정면 겨냥해 각종 법안 처리 지연 상황을 성토했다. 그동안 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회” “정치권”이라는 표현은 써왔지만, 이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 집권 시절” 등을 언급하면서 ‘야당 책임론’을 집중 제기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노동개혁 법안 등의 연내 처리를 위해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이를 반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다시 한번 압박을 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을 정면 비판한 것은 11월 10일과 24일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국무회의는 당초 청와대와 세종시를 연결하는 영상국무회의로 잡혀 있었으나 박 대통령 지시로 전 국무위원을 청와대로 소집하는 일반 국무회의로 변경됐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거론하면서 집권할 때는 이를 추진하던 야당이 이제는 입장을 바꿔 반대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년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선 의료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참여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에도 보건·의료 분야가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와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자고 하면서 법 통과를 안 시키고 있는 것,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라고도 했다. 새정치연합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그러면서 “우리만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결국 우리만 뒤떨어지게 될 뿐”이라고 했다.
노동개혁 5법에 대해서도 “낡은 노동시장 구조를 고집하면서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는 말로 야당을 비판했다.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그 주체를 ‘국회’로 표현했지만, 이것도 사실상 새정치연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야당이 일자리 창출, 미래 먹거리, 신성장산업 등 미래세대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취지의 정책에 사사건건 정략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이 언급한 “기득권 집단”은 노동개혁 법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노총을 거론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사실상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상상하기 힘든 테러로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됐을 때 그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국민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가 기본적인 (테러방지)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안다. IS(이슬람국가)도 알아버렸다”며 “이런 데도 천하태평으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을 수가 있겠나”라고도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참여정부 적극 추진했던 정책, 野 이제 와서 반대”
입력 2015-12-08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