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제 활성화 명목 ‘가불 정책’ 쏟아내는 정부… 총선용?

입력 2015-12-08 19:46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재정을 미리 당겨쓰는 ‘가불(假拂)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6년 회계연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약 3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4월 13일)을 앞둔 1분기에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배정해 정치적 배경이 깔린 재정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전체 세출 예산의 68%를 상반기에 배정해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2016년 예산배정계획’을 8일 확정, 발표했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더한 내년도 전체 세출 예산 330조6716억원의 68%인 224조8789억원이 상반기에 배정됐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상반기에 배정을 집중시킨다. 올해와 지난해에도 상반기 배정률은 각각 68%, 65%였다.

문제는 회계연도를 개시도 하기 전에 3조4885억원을 쓰기로 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미리 배정된 예산 중 약 62%에 해당하는 2조1000억원이 상주∼영덕고속도로 등 8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쓰인다. 정부는 미리 예산을 배정하면 이달 안에 사업공고를 할 수 있어 최소 2주 이상 집행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저히 총선을 염두에 둔 예산 배정으로 보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1분기에 배정된 예산이 전체의 40.1%인 132조5000억여원이나 된다. 이는 하반기 전체 예산(약 105조8000억원)보다 25조원 이상 많다. 특히 1분기 예산이 3분기와 4분기의 각각 2, 3배나 돼 하반기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실탄 부족이 우려된다.

강남대 안창남 세무학과 교수는 “예산을 미리 쓰면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고 재정건전성도 위협받는다”며 “정부는 총선 이후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예산 당겨쓰기는 올해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게 지난 7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극복과 민생 안정, 경기 부양을 하겠다며 12조원의 추경을 편성한 것이다. 지난 10월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건강보험급여 1조원을 당겨쓰기로 했다. 내년 1월에나 지급될 건강보험급여를 이달 안에 쓰기로 했다.

재정뿐만 아니라 소비도 당겨썼다. 10월에 정부 주도로 열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난 직후 기획재정부는 22개 주요 참여업체의 매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194억원(20.7%)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의 빚을 통한 매출 확대여서 향후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시즌이 시작되면 계절에 맞는 의류를 구매하기 마련”이라며 “코리아 블프 때 이미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바람에 최근 실시한 자체 세일행사 때 기대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열리는 정기세일에서 예상만큼의 매출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내수 활성화에 힘쓸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절벽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놨다”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