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력독점 방치한 채… 말로만 가는 ‘전기차 100만대 시대’
입력 2015-12-08 20:39
정부가 2020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가 국내에서 100만대 이상 이용되도록 ‘친환경차 상용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른 시간 내에 친환경차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2020년까지는 정부 주도 하에 친환경차 연구·개발(R&D)과 내수시장 확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의 에너지 공급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등에 대한 구체적 그림은 이번에도 담기지 않았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전력 공급과 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 내 신차 판매 20%는 친환경차 만든다=정부는 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2016∼2020년)’을 확정했다. 정부는 친환경차가 지난 5년간 연평균 20% 수준으로 급속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성장 속도의 6배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친환경차 수요는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파리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도 강조된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50%를 친환경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수준이다. 내연 엔진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사이 과도기적인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하면 전기차나 수소차는 연구 수준에 가깝다. 정부가 2020년을 ‘친환경차 상용화 시대’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는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와 수소차 등의 비싼 가격 등의 한계 해소를 위해 향후 5년간 R&D에 1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과 충전소 설치·운영 보조금을 2020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차 활성화?…‘충전인프라 민간투자 길 열어야’=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337개에 불과한 공공 급속 충전소를 5년 내에 1400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충전 인프라 구축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에너지신산업 육성 대책에 따르면 2030년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100만대에 달한다. 2020년 20만대 목표에 맞춰 구축한 충전소 1400기로는 감당할 수 없는 목표다. 결국 내연 엔진으로 달리는 차들이 이용하는 주유소처럼 민간 사업자가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든 민간 사업자는 한전과 현대차, 제주스마트그리드협동조합 등이 출자해 만든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가 유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충전소 운영이 장기적으로 볼 때 돈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는 한 민간 업체의 진출에는 한계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력을 공급하고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상으로는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은 한전뿐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도 민간 사업자가 충전소 사업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전력을 팔아서 얻는 수익이 아니라 일종의 서비스요금을 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올해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 유니콤과 제휴해 400개 충전소를 짓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만 충전 인프라 자체가 주된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우리도 이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전기차 활성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