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활 돕는다더니 명의 대여·횡령… 348억 챙긴 장애인업체

입력 2015-12-08 19:59
장애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법을 악용해 수백억원을 가로챈 ‘장애인업체’ 정립전자의 대표와 간부가 적발됐다. 이들은 가짜 근로자를 내세워 급여를 빼돌리기도 했다. 정립전자는 1989년 설립된 국내 최초 장애인근로사업장이다. 장애인 106명 등 155명이 일하고 있어 장애인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세현)는 장애인업체가 공공기관과 쉽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348억원을 챙긴 혐의(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 위반 등)로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전자 김모(44) 대표와 간부 박모(4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간부 신모(56)씨 등 1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김 대표와 박씨는 2013년부터 3년간 계약금액의 10%를 받는 조건으로 장애인업체가 아닌 회사에 정립전자 명의를 대여하거나 하도급을 주면서 정립전자가 직접 생산하는 것처럼 공공기관 담당자를 속여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200억여원 매출을 올렸지만 직접 이행한 수의계약 비율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공공기관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에 따라 장애인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거나 총 구매액의 1% 이상을 장애인업체에서 사야 한다. 김 대표와 박씨는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허위 근로자를 내세워 급여를 챙기는 수법 등으로 총 19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전 광진구의원 김모(57)씨에게 공공기관 납품 계약을 알선해 달라며 16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도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