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세계교회 관계자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반도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국제협의회’에 참석해 “교회가 남북화해의 중재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8일 밝혔다.
독일개신교협의회(EKD)와 독일복음선교연대(EMS)가 지난 1∼6일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관계자를 비롯해 미국 영국 캐나다 스코틀랜드 각국 교회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NCCK 김영주 총무와 이홍정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무총장, 정상시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통위원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이 예상됐던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관계자들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협의회 기간 중 열린 토론에서 한운선 독일 튀빙겐대 교수는 ‘독일 통일에 대한 한국의 인식’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동독 국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서독의 일방적인 주도로 통일이 이뤄지며 생긴 사회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한국이 독일로부터 통일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흐름 속에서 통일 과정과 구조 변동을 보려는 역사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연구교수로 있는 서보혁 박사는 전후 70년간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세의 영향력을 고찰한 뒤 정치 영역뿐 아니라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협의회 개최 전 베를린에서 EKD 보세 후버 주교, 넬렌 알렌베르크 법률담당관 등과 간담회를 갖고 독일 통일에 대한 경험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조언을 청취했다. 후버 주교는 “서독 교회가 동독 교회와 주민들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했던 것이 후회로 남는다”며 “경청과 배려, 좀 더 겸손한 자세로 통일에 임했더라면 동독인들에게 상처가 덜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CCK 신승민 정의평화위원회 국장이 전했다.
이들은 또 하르트무트 코쉬크 독일 의원과 면담을 가졌다. 코쉬크 의원은 북핵 문제 등 풀기 어려운 주제 대신 에너지와 환경문제, 인도주의적 프로젝트 등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분야에서 협력하며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코쉬크 의원은 독일 의회와 교회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NCCK는 이번 회의의 성과를 토대로 내년 2월 중국 선양에서 한반도 에큐메니컬 포럼을 열고 세계교회와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키로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美·英·캐나다 등 세계교회 관계자들 “교회가 남북 화해 중재”
입력 2015-12-08 18:10 수정 2015-12-08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