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희망을 노래하고 세상과 소통해요”

입력 2015-12-08 18:45 수정 2015-12-08 21:53
문화소외계층 아동들로 구성된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가 11일 오후 7시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바람은 꽃이 되어 무지개로 피어나다!’ 정기공연을 갖는다. 사진은 지난 공연 모습. 전북도립국악원 제공

“3년 사이 아이들이 정말 의젓하게 변했어요. 연주 솜씨와 하모니도 대단합니다.”

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에 근무하는 김종균(45)씨는 8일 뿌듯한 표정으로 ‘바람꽃 국악오케스트라’ 아이들을 치켜세웠다. 바람꽃 국악오케스트라는 한국의 첫 ‘엘 시스테마’(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된 아동들을 위한 꿈의 오케스트라)로 2012년 8월 창단했다. 김씨는 연출 겸 운영자다. 아이들은 11일 전주전통문화관에서 열릴 제3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가슴 시린 청소년들을 음악과 사랑으로 보듬기 위해 출발했다. 전북도립국악원이 사업을 제안하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사가 5000만원을 지원했다. 삼성휴먼빌(당시 삼성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초등 3학년∼중학 3학년 학생 28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2시간씩 도립국악원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받았다. 수요일엔 자체 연습을 하고 방학 때는 3박4일간 ‘예술캠프’를 다녀오고 각종 공연도 관람했다.

국악원에선 12명이 재능기부로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대금, 피리, 태평소, 소금, 타악기 등 12개 분야를 가르쳤다. 판소리와 무용 수업도 곁들였다.

그 사이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표정이 밝아지고 사람을 만날 때 숨지 않았다. 불평이 잦았던 한 남학생은 적극적으로 선생님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관악기를 연주하는 고교생은 대학에서 국악을 공부하겠다는 꿈도 꾸게 됐다.

한 여중생 단원은 여름캠프에 다녀와서 이렇게 적었다. “국악을 안 했으면 무기력하게 보냈을 텐데,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나는 이 순간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학생들의 열정이 전해지자 후원자도 이어졌다. 70여명의 개인과 단체들이 성금을 보내고 있다. 전주안디옥교회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단원과 시설원생들을 위해 주택 3채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그동안 단원도 33명으로 늘었고 두 차례 연주회도 가졌다. 세 번째 연주회는 ‘바람은 꽃이 되어 무지개로 피어나다!’란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다.

단원들은 이날 국악관현악과 사물놀이 ‘신모듬’, 국악 캐럴 등 8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동참해 응원한다.

지휘자 박지중(47)씨는 “성장한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며 “수준 높은 공연과 아름다운 앙상블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