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쇼크] 가파른 공급 과잉 발생 땐 내년 20달러대 폭락할 수도

입력 2015-12-08 21:33

국제 유가가 내년에 20달러대 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공급초과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선 더 가파른 공급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자체적으로 정한 하루 생산 할당량은 현재 3000만 배럴이지만 여전히 150만 배럴 정도가 초과 생산되고 있다. 여기에 원유 수출 제재가 풀린 이란과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 등의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계속 늘려야 하는 형편이다.

공급 초과가 지속되리란 우려는 업계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 토탈(Total)의 패트릭 퓨얀 사장은 7일(현지시간) “현재 생산추이를 봐선 당분간 원유 공급 증가세가 수요 증가세를 계속 앞지를 것”이라며 “내년 중에 유가가 예전의 고가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최악의 경우 유가가 20달러 안팎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투자기관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낙관적 전망으로는 향후 몇 개월간 국제 유가가 지금과 같은 배럴당 40달러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지금 유가도 반 토막이 나 20달러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다. 베네수엘라의 율로지어 델 피노 석유장관도 지난달 “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로 폭락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시장점유율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치킨게임을 벌여온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이 하나둘씩 도산할 경우 가격이 반전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셰일오일 생산이 내년 1월에도 9개월 연속 줄겠지만 그렇게 해서 하루 줄어드는 오일 생산량은 11만6000배럴에 불과해 현재의 초과 생산량(150만 배럴)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곤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주요 경제권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저유가’ 추세가 지속되리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다 이달 중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달러화 강세로 인해 유가는 더욱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