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한 2015년은 행복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호랑이’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대만족이다. 많은 것을 이룬 태극전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 한해를 이렇게 돌아봤다. 이어 “올해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 강팀들을 만나더라도 여전히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을 제의받았을 때부터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며 “지난해 9월 10일 입국한 이후 14개월을 돌아보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사실상 통과한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최종 예선에 진출하면 더 강한 상대들과 경기를 해야 한다”며 “이란, 일본 등 강팀들과 맞붙더라도 수비라인을 올리고 전방을 압박하는 우리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 사령탑에 오른 후 새 얼굴을 발굴하고 한국 축구 문화를 익히기 위해 부지런히 축구장을 찾아다녔다. 또 이름값을 보지 않고 자신의 철학과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발탁했다. 성적도 좋았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8월 우한 동아시안컵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올해 A매치 성적은 20전 16승3무1패로 승률이 80%에 달했다.
지지 않는 실리축구를 추구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늪축구(강팀이든 약팀이든 한국과 만나면 늪에서처럼 허우적댄다)’ ‘다산 슈틸리케(실리축구 스타일을 빗대어 정약용 선생의 호를 더한 것)’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생활, 사생활, 가족관계 등 평소 밝히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엔 한국음식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며 “이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한국음식 중에선 한우 숯불구이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또 가족과 관련해선 “딸은 독일인 의사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스페인에 있는 아들은 결혼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다. 아내와는 독일에서 18세 때 만나 22세에 결혼해 39년 동안 한 번도 떨어져 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독일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된 후에야 ‘축구 선수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일부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축구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너무 이른 나이에 프로 선수로 키우려고 한다. 어린 선수는 축구가 좋아 공을 보고 뛰어야지, 부모의 욕심 때문에 돈을 보고 뛰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슈틸리케 감독 “강팀 만나도 공격축구 하겠다”
입력 2015-12-08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