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판매원 빼내기 ‘갑질’ 아모레퍼시픽 법정 선다… 특약점, 갱신 거절 우려 반발 못해

입력 2015-12-08 19:59
실적이 훌륭한 ‘화장품 방판이모님’들을 기존 방문판매 특약점에서 대거 빼내 자기 회사 출신의 점포에 재배치한 아모레퍼시픽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오래도록 희생을 강요당했던 기존 특약점들은 화장품 공급이 끊길까 두려워 반발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기존 점포의 숙련된 방문판매원을 자사 출신 점포로 이동시킨 혐의(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 불이익제공)로 아모레퍼시픽과 이 회사 방판사업부장이던 이모(52)씨를 8일 불구속 기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2013년 헤라, 설화수 등 고가 브랜드 화장품을 방문판매하는 특약점 187곳에서 실적이 우수한 판매원 3686명을 다른 신규 특약점이나 직영 영업소로 재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독립사업자로 운영되는 방판특약점은 각각 방문판매원과 영업계약을 맺는데, 이 계약에 제3자인 아모레퍼시픽이 매출 의존도를 내세워 개입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우수 방문판매원들을 빼내며 내부 보안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세분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2차례 이상 방문판매원을 빼앗긴 특약점이 70곳이었는데, 인원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특약점 갱신이 거절될 것을 우려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갑질’에 우수인력을 잃은 특약점의 1년 매출 하락액 합계는 726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에 과징금 처분만 내렸다. 중소기업청장이 지난 5월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결국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의 전직 임원인 다른 이모씨에 대해서도 추가로 고발을 요청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