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노동개혁’관련 5개법 개정안, 즉 ‘노동개혁 5법’의 처리 여부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여야는 지난 2일 “노동개혁 관련 법안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 후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다. 그러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개혁 법안이 비정규직 확대 양산법이라며 이런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국회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애초부터 노동시장 개혁에 뜻이 없었다. 노동개혁 5법은 지난달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심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김영주 환노위원장은 지난 4일 파리 기후변화협약 참석을 이유로 출국해 버렸다.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환노위 여야 간사는 주말 동안 연락도 없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8일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여야가 (법 개정안의) 포장도 뜯어보지 않은 채 대치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여당도 야당에 대한 비난만 앞세웠지 전략·전술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첫 관문인 국회 환노위의 구성을 보면 여야가 8대 8로 동수인 데다 위원장이 야당 소속이다. 환노위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은 전문성 측면에서도 야당 소속 위원들에 비해 약하다. 또한 정말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면 노동계와 야당이 좋아할 사안들을 강조하고 나와야 할 텐데 그들이 가장 싫어할 의제들만 표제로 삼고 있다. 파견근로 허용대상 확대나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등이 그렇다.
여야는 노사정위 공익전문가 검토의견을 중심으로 법안을 심의할 필요가 있다. 공익전문가 의견이 최선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상당히 신중하고, 나름대로 균형 잡힌 대안들을 담고 있다. 예컨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되 계약상 불리한 지위에 있는 당사자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전제로 하자고 권고했다. 또한 노조(근로자대표)의 차별시정 신청대리권도 인정하자고 했다.
여야 간 대화가 시작될 조짐은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노동개혁 5법 가운데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을 빼고 나머지 3개 법안의 개악적 요소가 제외된다면 3개 법안의 입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노동개혁 5법은 함께 패키지로 처리해야 시너지 효과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법의 패키지 처리를 전제로 논의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다만 비정규직 관련 2개 법안은 개정내용의 파급효과가 불확실한 측면이 크다. 비정규직 쟁점에 대해 여야가 최선을 다해도 합의가 어렵다면 3개 법안의 분리 처리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설] 거듭 권하건대 노동개혁법 공익안 중심으로 풀라
입력 2015-12-08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