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한반도를 떠나 러시아에 보관돼온 우리 자생식물들이 100여년 만에 돌아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러시아 코마로프식물연구소의 수장고에 100∼130년간 보관됐던 한반도산 관속식물 표본 100점을 지난달 30일 기증받았다고 8일 밝혔다.
관속식물은 양치식물과 종자(겉씨·속씨)식물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식물’을 말한다. 기증된 표본은 1886∼1902년 조선에 머물던 러시아와 폴란드의 전문 채집가, 의사, 통역사들이 채집한 제비꿀, 싱아, 도라지, 시호, 층층잔대 등이다. 과거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파악하고 생물종 분포 변화를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
26점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 지배인이던 앙투아네트 손탁이 서울 창덕궁, 탑동(현 낙원동), 진고개(현 충무로), 효창동 등에서 채집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찾기 힘든 싱아 4점도 포함됐다. 고 박완서씨의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등장하는 마디풀과 식물인 싱아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산기슭에 주로 서식한다.
52점은 러시아 식물학자 분게의 아들 알렉산더 알렉산드로비치 분게가 1888∼1889년에 인천 제물포에서 구했다. 나머지 22점은 폴란드 채집가 칼리노브스키 등이 비슷한 시기에 인천과 서울에서 모았다.
19세기 초부터 외국인이 반출한 우리나라 자생생물은 세계 유수의 박물관·표본관에 소장돼 있다. 생물자원관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개국 27개 기관에서 한반도산 생물표본 3만8000점의 화상자료를 확보했다. 1992년 원산지국의 생물주권을 인정하는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되기 훨씬 전에 반출된 탓에 강제 환수는 어렵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공동연구 등을 통해 기증을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헝가리 등의 박물관과 대학에서 4820점을 기증받았다”고 말했다.전수민 기자
한반도 자생식물, 러시아서 100여년 만에 귀환… 생물자원관, 식물 표본 기증받아
입력 2015-12-08 18:45 수정 2015-12-08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