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탈(脫)스펙’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일 주요 21개 기업의 올해 대졸 공채제도를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20개 그룹이 지원서류에 학점·어학성적·자격증·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등의 항목을 삭제하거나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면접에서 학교, 전공 등 신상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 곳도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10개 그룹이었다.
그룹별 탈스펙 전형 특징을 살펴보면 삼성은 1994년부터 열린 채용을 도입해 지원서류에 사진, 주민번호,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 기입란을 삭제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학점제한(4.5만점에 3.0 이상)을 폐지했고, 창의성 면접을 도입했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지원서류에 사진, 가족정보, 해외경험 등의 기입란을 삭제했다. 올해부터는 동아리, 봉사, 학회활동 기입란을 없앴다. SK도 올해부터 지원서류에 스펙 기입란을 삭제하고, 대신 자기소개서 위주의 서류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LG는 지난해부터 지원서류에서 스펙과 개인정보 기입란을 없앴다. 롯데는 2010년 상반기부터 학력 제한을 폐지했고, 2013년 상반기부터 학교, 전공, 학점 등을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다.
포스코도 올 상반기부터 전공 제한을 폐지하고 직무역량·최종면접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신장, 학력 등의 지원자격 제한을 폐지했다. 한화는 2013년부터 인적성검사를 폐지하고, 면접에서는 대부분 계열사가 3차 이상의 면대면 심층평가를 진행한다. CJ는 2010년부터 서류전형 심사에서는 지원자의 이름 이외 정보는 비공개로 하고, 오직 자기소개서만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은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스펙을 갖추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주요 그룹에서는 탈스펙 채용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면서 “대기업 대졸 공채제도 변화에 맞춰 취업준비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학점·어학성적 삭제”… ‘脫스펙’ 채용 확산
입력 2015-12-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