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서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다. 명분도 없고 여론을 자기편으로 이끌어 들이지도 못했다. 지난주 신도들이 조계사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을 때 2차 서울 도심시위(5일)를 평화적으로 치른 뒤 6일까지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약속을 깨고 오는 16일 민노총 총파업과 19일 3차 서울 집회, 그리고 국회의 노동 관련 입법 저지를 내세우면서 막무가내식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8일 오전 연석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노동관계법을 연내에 처리하지 않겠다는 야당의 약속, 국민을 믿고 한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조계사에 머무를 명분이 없으므로 사실상 나가달라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를 언급할 정도로 여론은 그에게 비우호적이다.
그는 마치 부당한 공권력에 탄압받는 양심범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 난동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뒤 계속 재판에 나오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범법자일 뿐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억울하다면 변호사의 충분한 조력을 받아 법정에서 소명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종교시설에 숨어들어가 계속 민노총의 파업과 3차 도심 시위를 지휘하려 하고, 불교 측에 중재를 읍소하더니만 페이스북에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니 비겁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명분이 있다면 여론이 뒷받침해줄 터이고, 그렇다면 당당하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종교를 끌어들인 뒤 이를 방패삼아 공권력과의 충돌을 일으키게 하려는 전략인 것 같기도 하다.
화쟁 정신으로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조계사 측의 입장은 십분 이해하지만, 종교를 교묘히 이용하려는 전략이라면 단호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조계사 측의 순수한 의도와는 다르게 이용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칫 법을 우롱하는 범법자의 행위에 동조하는 인상마저 줄 수 있다. 경찰이 9일 오후 4시까지만 자진 퇴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퇴거하지 않는다면 경찰은 영장을 집행해야 한다.
[사설] 한 위원장 출두 시한 안 지키면 영장 집행해야
입력 2015-12-08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