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날의 칼 저유가 쇼크, 대외경제 변동성 경계를

입력 2015-12-08 18:15
국제유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5.3% 내린 배럴당 40.73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2009년 2월 이후 6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데 따른 여파다. 지난해 6월에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아 고유가를 걱정했으나 그 후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지면서 속절없이 폭락한 것이다.

문제는 저유가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수출로 먹고살던 산유국들은 직격탄을 맞아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 콜롬비아 등 석유생산국의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경우 경제난으로 6일 총선에서 좌파 집권당이 패배하면서 정권 몰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오일 쇼크는 선진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저유가가 양날의 칼이다. 원래는 원자재 가격 인하 효과로 물가를 안정시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의 저유가는 전 세계 수요 둔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서 수출전선에 악재가 되고 있다. 우리 수출이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온 것도 세계 교역 규모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수출이 급감하면서 건설·조선업계가 치명타를 입고 있다. 저유가가 오히려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다음 주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강(强)달러’로 유가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가속화할 것이다.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도미노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순매도가 5거래일째 이어지면서 1조원 이상이 빠져나가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외 경제 변동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면밀한 대책이 긴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