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美 입국 막자”… 테러 정국 이용 트럼프 ‘패’ 논란

입력 2015-12-08 20:06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에게 증오심을 갖는 무슬림이 상당히 많다”며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통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백악관은 물론 여야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비판했다. 파리 테러 이후 잇단 강경발언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트럼프가 무슬림에 대한 분노를 부추겨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술책으로 판단한 것이다.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미국의 가치에 전적으로 배치되는 일”이라며 “미국이 이슬람과 전쟁하는 것을 이슬람국가(IS)가 원한다는 관점에서도 안보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생각에 대해 “부끄럽고 편견에 사로잡힌 분열적 사고”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후보들도 트럼프 비판에 한목소리를 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미쳤다”고 꼬집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의 생각이 “내 정책은 아니다”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엉뚱하게 해석했거나, 다른 설문조사와 뒤섞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상당히 많은 무슬림이 미국인을 증오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를 제시했지만 WP 확인 결과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는 안보정책센터의 여론조사라며 “응답자의 25%가 미국 내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벌이는 폭력을 지하드(성전)의 일환으로 정당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신뢰도가 떨어지는 조잡한 여론조사였다고 WP는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 몬마우스 대학이 공화당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는 크루즈 상원의원이 24%로 ‘부동의 1위’ 트럼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크루즈가 대선 출마 이후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크루즈는 공화당 주자 가운데 이민개혁과 IS 격퇴 등 외교·안보 현안에서 트럼프 다음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인물로, 그의 강경 드라이브가 당내 극우 진영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리 테러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가상대결에서 공화당 경쟁자들을 모두 이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MSNBC와 스페인어 방송채널 텔레문도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를 52%대 41%로 눌렀다.

클린턴은 벤 카슨과의 가상대결에서도 48%대 47%로 1% 포인트 앞섰다. 부시와 크루즈도 각각 6∼7% 포인트 차로 클린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르코 루비오 역시 45%대 48%로 클린턴에 열세였다. 히스패닉 유권자만을 상대로 조사하면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들 간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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