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노동개혁 보고서]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에 총력 기울여라
입력 2015-12-08 21:3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개혁에 대해 ‘풀기 어려운 정책 과제’라고 평가했다. 특히 근로자의 3분의 1 가까이가 비정규직인 현실을 지적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극심한 ‘이중구조’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성을 위한 보육지원, 청년에 대한 취업 교육, 노인을 위한 임금피크제 확대를 통해 이들의 고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법은=OECD는 이중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 확대, 정규직·비정규직 간 처우 격차 해소 등 ‘투 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비정규직은 낮은 급여에다 각종 사회보험이나 고용보호 제도에서까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 역시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부당해고에 대한 해결 절차를 단순화하는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호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장기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근로소득 세액공제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감독 역량 강화, 사회보장 제도 개선을 통해 비정규직의 불이익을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정규직에 대해서는 고용보호를 위한 각종 법적·제도적 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의 고용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OECD는 “과도한 고용보호는 기업들이 직원을 재배치하거나 신속한 시장 대응, 사업규모 축소 등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따라서 고용·해고 비용을 줄이는 고용보호법 개혁은 생산성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OECD는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대책이 반영되지 않은 사실도 지적했다. 최근의 노사정 합의를 기반으로 보다 혁신적인 ‘노동개혁 패키지’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생산성·고용 확대로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0.9%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청년·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한국의 성별 고용률은 남성 76%, 여성 55%로 21% 포인트 차이를 기록하고 있다.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OECD는 “한국의 남성 고용률은 OECD 평균(74%)을 상회하는 반면 여성 고용률은 평균(58%)보다 낮다”고 밝혔다. 15∼29세 청년층에서는 남성(42.0%)이 여성(44.4%)보다 고용률이 높지 않지만, 전체 고용률이 OECD 평균(각각 64.1%, 53.0%)보다 낮았다. 노인도 낮은 평균 퇴직연령(53세) 탓에 재취업에 고전하고 있다.
육아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는 여성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고,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제공되지 않는다고 점도 꼬집었다. 이런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취업 교육의 질을 높이고 전문 능력 개발을 위한 유아 교육 및 보육 제도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직장에서 유급·무급 노동의 성 평등을 보장하고, 남성이 가사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여성은 가사에 하루 3시간28분을 쓴 반면 남성은 47분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년층에 대해서는 본인 능력과 실제 일자리 사이에 심각한 역량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고숙련 노동자들이 많은 데 비해 기업 수요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교육 과정에 직업훈련 등을 개설해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실무기반의 교육과정, 고용주의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마이스터고 같은 직업훈련 기관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른 은퇴 탓에 저임금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로 내몰리는 노인층에 대해서도 OECD는 임금 피크제를 확대하고 퇴직 연령을 늦추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