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쇼크] 국내 산업계 ‘먹구름’… 해외 건설·조선 수주 직격탄

입력 2015-12-08 21:32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 초저유가로 진입한 8일 오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정유·화학단지 공장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건설·조선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저유가로 일부 업종은 단기이익을 보게 되지만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 경제 전반에 장기적으로는 치명타를 안길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단 건설업계는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물량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8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409억5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5억6000만 달러에 비해 31.3% 감소했다. 특히 중동지역의 수주액은 147억2600만 달러로 지난해 306만3300만 달러에 비해 52%나 줄었다.

실제 산유국 발주처들은 발주물량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20억 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의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고, 카타르는 85억 달러 규모 알카라나 석유화학 콤플렉스 프로젝트의 발주를 연기했다. 아울러 제대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국내 건설업체도 늘고 있다.

건설업계는 내년에도 저유가 기조가 예상되면서 해외건설 수주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수주 지역 및 공종을 다각화하는 등 저유가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조선업계 역시 유가 하락이 치명적이다. 시추업체들이 발주 및 계약을 취소하고 있고, 해운업계까지 일감이 줄어들면서 선박발주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사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의 인도 지연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받기도 했다. 이에 조선 3사의 적자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동차업계는 유가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는 최근 전 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유류비 부담이 줄면서 소비자들이 연비는 세단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실용성이 뛰어난 SUV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대형차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도 저유가의 결과로 꼽힌다.

항공업계도 항공유 가격 하락에 따라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895억원으로 2012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유류할증료가 줄면서 작년 3분기보다 감소했지만 유류비 절감으로 수익이 증가했다.

철강·기계와 정유업계는 손익계산에 분주한 분위기다. 철강업계의 경우 저유가가 운송비를 낮춰서 철강 생산단가 인하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우리 철강업체들의 파이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유업계는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이미 지난해에 반영돼 추가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제품가격이 내려가 정제마진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