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축구 지도자들 러브콜… 2부리그 최하위팀 조련 1년만에 우승 이끈 ‘박태하 효과’ 덕분

입력 2015-12-09 04:03

박태하(47) 전 한국 축구 대표팀 코치는 지난해 12월 중국 프로축구 옌볜 FC 사령탑에 올랐다. 옌볜은 2014 시즌 중국 갑급리그(2부 리그) 최하위에 머문 약체였다. 박 감독 부임 후 돌풍을 일으킨 옌볜은 16승10무2패로 갑급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6년 만에 슈퍼리그(1부 리그)로 복귀했다. 그러자 중국 클럽들이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다시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박태하 효과’다.

대한축구협회 장외룡(56) 기술부위원장은 내년 1월부터 중국 프로축구 충칭 리판 감독으로 취임한다. 충칭 리판은 이번 시즌 슈퍼리그에서 8위에 자리한 팀으로, 한때 이장수(59) 감독이 이끈 바 있다. 또 이달 초에는 K리그 강원 FC를 이끌었던 김상호 전 19세 이하(U-19)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중국 2부 리그 상하이 선신 사령탑에 취임했다. 상하이 선신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것은 팀 창단 이후 처음이다.

K리그 클래식 FC 서울의 최용수(42) 감독은 지난 6월 슈퍼리그 장쑤 쑨텐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고심 끝에 서울에 남았다. 홍명보(46)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중국행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지도자들의 중국 프로축구 진출은 1997년 고(故) 최은택 전 국가 대표팀 감독에서 시작됐다. 그는 조선족팀 옌볜 오동을 맡아 빼어난 성적을 냈다. 이후 차범근(62), 이장수, 김정남(72) 전 감독 등 한국인 지도자들의 중국행이 이어졌다.

약 20년 만에 한국인 지도자들의 중국행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박태하 효과’와 함께 중국의 ‘축구 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 굴기’를 선언하자 중국 클럽들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내는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러브 콜을 보내는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유럽 명장과 달리 한국인 지도자의 경우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중국 프로축구계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포항·24)가 옌볜FC로 이적한다. 박태하 감독은 8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이적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구단끼리 합의는 마쳤고 계약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대는 지난해 K리그에서 지난 시즌 10골, 8도움의 맹활약으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도 8골, 4도움을 올렸다.

옌볜FC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윤빛가람 영입도 추진 중이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