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가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빨리 사라지고 천천히 와도 될 것은 급히 오고 만다. 어느 덧 연말이다. 지금쯤이면 상점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고,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넘쳐나는 거리마다 오래된 캐럴이 흐르던 때가 있었다. 무거운 뉴스만 전해지는 지금은 어디서도 느껴볼 수 없는 그 정겨운 연말의 분위기가 새삼 그리워진다.
장기적인 불경기로 경제난이 심각하지만,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인들과 식탁을 함께 나누며 작은 선물을 주고받기도 할 것이다. 선물이란 말에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연말이면 나 자신을 위하여 작은 이벤트성 선물을 준비한다. 일 년에 하루쯤은 나를 위로하는 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격려하고 나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근사한 선물이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괜찮아, 지금부터 잘하자’고 격려하며 스스로 주고받는 선물에도 기쁨이 있다.
늘 그랬듯이 올해도 소소한 것으로 위로의 선물을 준비했다. 연주자를 가까이에서 보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송년음악회에 가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별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나를 위한 선택이다. 조촐하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에 흡족함이 있고 새해를 맞는 기분이 좀 더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 받은 작은 선물에도 마음에 기쁨이 있는데, 거저 받은 ‘삶’이라는 엄청난 선물에는 왜 기뻐하고 감사하지 못했는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더없이 소중한 보석 같은 하루하루를 불평하며 대충 흘려보낸 날은 없었는지. 인내보다는 포기로 좌절한 날은 얼마나 되는지. 365일과 함께 주어진 모든 것이 다 선물인데, 그 질과 양이 남의 것과 동일하지 않으니 선물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비교의 대상이 된 것일 뿐. 이제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그 안에서 최선을 이루어내는 지혜를 구해야 하겠다.
김세원(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나에게 전하는 선물
입력 2015-12-08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