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기록유산이다. 과학기술 의 발달로 지도는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필수적인 무기가 되었고, 지도를 가진 자가 더 넓은 땅과 더 많은 부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도는 그 시대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료다. 세계는 하나이고 글로벌 경제를 통해 상생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자국의 이해가 걸린 영토와 영해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가 통하지 않는다. 크림반도를 둘러싸고 러시와와 우크라이나, 서방세계와의 대립이 단적인 예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왜곡하거나 동해를 일본해라 강변하는 부당한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도 독도와 동해를 표기한 고지도가 증거물이 될 수 있다.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료와 근거를 제시하며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서양에서 제작된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 바다 명칭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17세기와 18세기 초 동해는 ‘동방해(Ocean Oriental, Mer Oriental)’로 표기되었다. 18세기와 19세기 초에는 ‘코리아해(Sea of Corea, Corean Sea, Mer de Coree)’와 ‘코리아만(Gulf of Corea)’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19세기 초부터는 동해 명칭 대부분이 ‘Sea of Japan’ 또는 ‘Japan Sea’로 바뀐다. 이는 일본 제국주의 팽창정책으로 동해가 일본해로 바뀌게 된 억울한 사정을 고지도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서양 고지도에 동해 표기가 일본해로 바뀐 시점에도 일본에서 제작한 고지도에는 동해를 ‘朝鮮海’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도시대 천문학자인 다카하시 가케야스가 1807년부터 1810년에 걸쳐 동판으로 제작, 인쇄한 ‘신정만국전도(新訂萬國全圖)’, 서양학문에 최고 권위자였던 미쓰쿠리 쇼고가 1844년에 제작했다는 ‘신제여지전도(新製輿地全圖)’, 1853년 스이도우의 ‘지구만국방도(地球萬國方圖)’ 등 지도에는 동해를 모두 ‘조선해’로 표기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인들조차도 ‘동해는 일본해가 아니다’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말해주는 자료이다. 고지도에는 영토와 영해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담고 있다. 우리가 지도를 연구하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다.
김혜정 한국박물관학회장
[기고-김혜정] 고지도, 더 연구하고 보존해야
입력 2015-12-08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