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공예로 성경을 탐구하는 ‘흙의 성서학자’가 있다. 건국대 예술디자인대 도자공예전공 서동희(68·서울 영락교회 권사) 명예교수다. 9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더샵 스타시티 전시관에서 만난 서 교수는 “40여년 동안 도자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어떻게 종교와 예술을 함께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살아왔다”며 “국민일보가 기독교적 영감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창간독자인 그는 국민일보 고정물인 ‘겨자씨’ ‘가정예배’ 등을 통해 말씀의 깊이를 배웠다. 특히 ‘역경의 열매’는 창간 때부터 즐겨 읽는 코너다. 서 교수는 “국민일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독교 일간지다”며 “바람이 있다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잘 표현한 기독교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엔 장애인 작가들의 활동이 활발하다며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서 교수는 “그동안 성경을 묵상하고 기독교 작품을 만든다는 기쁨과 설렘 속에서 살았다”며 “쉽사리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시가로 1000억원에 이르는 작품들을 모두 하나님께 바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일명 ‘성경도예관’을 세울 꿈도 꾸고 있다. 내년 부활절에는 ‘성경도예관 개관전’도 열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 도예전문지에 게재된 서 교수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은 1977년 미국 로랜스 캔자스에서 가졌던 첫 개인전부터 성경 속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최근 작업까지 40년 가까이 제작한 백자와 색자 작품 250여점이다.
마태복음을 주제로 제작한 ‘산상변화’ 시리즈, 요한계시록 22장 이야기인 ‘생명수의 강’ ‘생명나무’ ‘의기상승’ ‘광채’ 등이다. ‘생명체 2’는 요한계시록 4장을 토대로 작업한 작품으로 미국의 미술이론가 수전 피터슨이 쓴 ‘점토의 예술과 기술’ 등에 소개됐다. 특히 ‘룻’ ‘보아스’는 그가 성경 룻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2년 넘게 제작한 백자 작품이다. 최근 제작한 ‘꿈에 본 사다리’는 창세기 28장에 야곱이 여행을 하다 돌베개를 베고 꿈에 본 사다리와 천사가 오르내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이야기를 묘사했다.
미국의 미술평론가인 앤 로스먼은 “한국의 도예가 서동희는 흙덩어리를 얇게 자르고 합하기도 하며 흔들리는 나무, 창공을 나르는 새, 순진무구하나 악마의 유혹에 빠지기 직전의 아담과 이브의 이미지 등을 창조해냈다”며 “쾌활한 리듬감을 자아내는 이들 작품은 주변의 작품과 관계를 맺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우리를 이상적인 세계로 인도한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 중구 이화여중·고교에서 성경수업을 들었다. 대학 때 친구의 인도로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 다니게 됐고 갈보리성가대에서 찬양을 하면서 세례도 받았다. 서울대 미대 대학원 재학 중에 건국대 조교로 채용됐고 미국 풀브라이트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캔자스대 대학원을 77년 졸업했다. 이때 그는 빵 써는 기법을 응용한 도자조형 작업에 매진했다. 78년 건국대 전임교수로 임용된 뒤 도예과의 공간 확보에 힘썼고 몇 차례 작품제작 및 판매 등을 통해 실습용 가마를 구입하는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흙을 만지는 기쁨이 좋아 도예작업에 빠져 들다보니 어느덧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흙이 가진 내면의 본질을 통해 하나님 안에서 탄생하고 생성하는 생명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서 교수는 서울대 미대 여성작가들의 모임인 ‘한울회’ 회장을 2년간 맡아왔다. 한울회는 지난 80년 졸업생 12명이 모여 창립전을 갖고 꾸준하게 ‘사랑 나눔 작품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9월 28일∼10월 5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60여명이 작품을 전시했다. 이들 졸업생이 내놓은 작품들은 70만원 균일가에 판매돼 불우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기회가 됐다. 서 교수는 “국민일보에서 따뜻한 이야기, 남을 돕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눔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되어주는 희망의 신문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국민일보 창간 독자 2인] ‘흙의 성서학자’ 서동희 명예교수
입력 2015-12-10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