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만 쉰다고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나”… 朴 대통령, 여당 지도부와 靑 회동서 절박한 심정 토로

입력 2015-12-07 21:57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여당 지도부를 만나 노동개혁 5개 법안 등의 연내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 대통령,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전격 회동에서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연내 처리’를 강한 어조로 역설했다. 5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한숨만 쉰다고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나” “죽기 전에 치료하고 살려놔야 한다”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 등 직설화법을 구사하며 절박한 심경도 거침없이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도 공천도 중요하지만 국회의 존재이유는 국민”이라는 말로 정치권 전체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귀국 이틀 만에 대(對)국회 압박에 다시 나선 것이다.

◇격정적 어조로 법안 처리 촉구=박 대통령은 회동 모두발언을 통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정기국회 내내 애를 많이 쓰셨다”고 평가했다. 그 직후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한 언급이 길게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우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만날 일자리 걱정만 하면 뭐하느냐. 이 법이 통과되면 약 7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 청년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법이) 오늘까지 1437일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활력제고법 취지를 언급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 돼야 경제체질이 튼튼해지는 것이지 돈만 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끙끙 앓는데 계속 뭐 먹어라먹어라 한다고 그 병이 낫겠느냐. 체질을 우선 고쳐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한 노동개혁 5법에 대해서도 “이것도 늦어지면 다 죽고, 그 다음에 살린다고 할 수 있다. 죽기 전에 치료도 하고 빨리빨리 살려놔야지”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선 “14년 동안 통과가 안돼 대한민국이 테러방지법조차 없는 게 전 세계에 알려지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되겠는가”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가 어렵다고 만날 걱정만 하는데, 백날 걱정하는 것보다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법안들을 통과시키다 보면 어느새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것 아니겠나”며 “그런데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손도 못 대고 계속 걱정만 한다. 한숨만 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격정적인 어조로 법안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처리 필요성을 촉구한 것은 연내 이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의 최우선 국정 현안인 개혁과제 이행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김 대표는 “야당이 협조를 안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원 원내대표도 “야당은 완전히 귀를 막고 사는 것 같다. 답답한 심정”이라고 거들었다.

회동에선 가벼운 농담도 오갔다. 원 원내대표가 “제 새 별명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스토커”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만나기가 그렇게 힘든가”라고 물었다. 원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만나야 된다. 도장 받으러 졸졸졸 따라다닌다”고 답했다.

◇법안 합의시한 내 처리 노력=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 시한 내 반드시 약속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국회가 국민과 약속한 것인 만큼 국민 기대에 화답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 달라”는 박 대통령 당부도 소개했다.

두 사람은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의 시한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왜 야당이 안 해주느냐’고 다들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이런 상태에서 만약 사고가 나면 야당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얘기했다”고 했다. 원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은 여야 합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며 “여야가 합의문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문구를 두고 이견을 보인 것은 국회가 일자리를 기다리는 국민의 기대를 허무는 일”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50분간 회동이 끝난 뒤 김 대표와 10분가량 독대해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독대 내용에 대해 “그런 건 이야기 안 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은 지난 10월 22일 여야 지도부 5자회동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이다.

남혁상 전웅빈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