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김영란법’ 시행… 업무용 차량 이어 접대비 세제 논란

입력 2015-12-08 04:00
내년에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접대비 관련 세금 감면 시 업무 관련성을 입증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는 기업이 업무와 관련 없이 접대비를 사용해도 비용 처리를 통해 법인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접대비 관련 세제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접대비의)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의 적정성 검토와 더불어 접대비의 법인세 비용 처리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접대비 관련 조세 방식이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다.

현행 접대비 관련 세제는 일정 한도까지 비용으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100억원인 중소기업의 경우 법인세법에 규정돼 있는 접대비 인정 적용률에 따라 4400만원까지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은 수억원까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은 비용 처리한 금액만큼 법인세 과세 표준을 줄여 세금을 덜 낸다.

그런데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받는 방법이 단순하다. 영수증 등 접대비 사용 내역만 보관하고 있다면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즉 업무와 관련 없이 접대비를 사용한다 해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업무용 차량에 대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비용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최근 세법 개정을 했다. 그럼에도 접대비 관련 세금을 감면할 때는 업무관련성을 입증할 의무를 부여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생긴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은 접대비를 임직원 소득의 한 종류로 보고 비용 처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자료가 있을 때에만 비용 처리를 할 수 있게 한다.

국회에서 접대비 관련 세제를 바꾸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2013년 이른바 ‘접대비 실명제’ 법안(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접대 상대 등이 명시된 업무 연관성 증빙자료를 가지고 있을 때에만 접대비를 비용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접대비 실명제는 2004년 도입됐다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규제 완화를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7일 “현재 접대비 관련 세제 규정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접대를 했는지 불분명한데 이를 명확히 하면 ‘김영란법’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가 접대비 실명제에 반대하고 있어 홍 의원의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조세소위원회에서 “아직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접대비 실명제가 재도입되면 내수 위주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오히려 접대비 인정 한도를 높여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