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며 ‘숙고 모드’에 돌입하자 당 안팎에서 안 의원의 ‘탈당 초읽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모두 두 대권주자의 단합을 요구하고 있지만 저마다 안 의원 탈당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가 폭주 끝에 대형 사고를 일으킬지, 가까스로 제동에 성공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든 형국이다.
◇비주류 “이대로라면 安 탈당 100%”=비주류 진영 의원들에게도 안 의원 탈당과 이에 따른 분당은 엄청난 모험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수 야당 구도에도 해볼 만한 호남과 달리 수도권에서의 야권 분열은 총선 필패라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주류 내부에서는 “이대로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김동철 문병호 최원식 의원 등 비주류 의원 14명은 7일 오찬회동을 갖고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구당모임)을 결성키로 했다. 이들은 두 대권주자의 ‘살신성인’을 강조하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했다. 김동철 의원은 회동 후 “지금은 탈당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대통합과 당 혁신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주류 내 원심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한 비주류 핵심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대로라면) 안 의원 탈당은 100%다. 문 대표가 안철수발(發) ‘새정치’의 지향점을 거부했으니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병호 의원도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탈당설은)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 비주류 인사들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주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타협안 제시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모처에서 문 대표와 따로 만난 주 최고위원은 ‘원샷 임시전대’ 개최 등을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동 후 “문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8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문 대표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대안을 제시하면 이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의원을 포함한) 야당 내 의원들도 우리와 함께하겠다면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한편 안 의원은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고(故) 장성만 전 의원 빈소에 조문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상주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친분이 있어 잠시 들러 조문만 했다”고 전했다.
◇접점 마련 가능성은 불투명=주류 진영은 안 의원 탈당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공동 창업주’인 안 의원이 ‘혁신 전당대회’를 이유로 당을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문 대표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그렇게 생각할 리도, 그렇게 할 리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주류 측은 안 의원이 요구한 혁신전대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양측 간 접점 마련 가능성은 요원해 보이다. 당내 중재 세력도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워낙 막막한 상황이라 해법을 떠올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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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安 탈당시계 째깍째깍… 해법은 없고 해석만 요란
입력 2015-12-07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