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카터 “암 완치됐다” 공개 선언… 퇴임 후 더 박수 받는 前 미국 대통령

입력 2015-12-07 21:03

여느 일요일처럼 성경교실이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불과 넉 달 전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백발노인이 사람들 앞에서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번 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의사들이 더 이상 암세포를 찾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많은 분이 기도해준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활짝 웃으며 박수에 답한 노인은 지미 카터(91·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 NBC방송 등은 카터 전 대통령이 자신이 앓아오던 뇌암이 완치됐음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도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검사한 결과 예전의 암세포는 물론 새로 생긴 암세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3주 동안 흑색종 항암치료제 키트루다(Keytruda)를 통해 면역기능 재생 치료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뇌에서 암이 발견된 소식을 전하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는 듯했다. 당시 기자들과 아내에 대한 감사 인사로 입을 연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인질 구출작전에 실패했던 일, 퇴임 뒤 구호활동을 하면서 후회되는 일 등을 털어놓으며 “이제 신의 손에 달려 있다”며 자신의 삶이 불과 몇 주 남지 않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후 카터 전 대통령은 항암 치료를 받으며 투병하는 와중에도 평소처럼 사회봉사와 신앙활동을 이어갔다. 자신이 설립한 인권단체 ‘카터 센터’를 통한 봉사활동은 물론 지난 11월 아내 로살린 카터(88) 여사와 함께 1984년부터 참여해 온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활동에 33년 연속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비록 안전 문제로 취소됐으나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 현장에 직접 아내와 집짓기 봉사를 다녀오기로 계획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한 자신이 출석하는 마라나타 교회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30여년 동안 열어온 성경학교를 계속하며 변치 않는 신앙심과 교인들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는 지난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 부부가 도무지 봉사 일정을 늦추거나 쉬려 하시지 않는다”면서 “암이라는 큰 병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