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1·여)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평택의 한 학원에서 스포츠마사지를 배우며 채모(43·여)씨를 알게 됐다. 나이도, 처지도 엇비슷한 둘은 곧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김씨는 지난 4월 경기도 부천에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차리면서 채씨를 불러 함께 일하게 됐다.
돈독했던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갔다. 김씨는 사장인 자신에게 잔소리를 일삼고 매사에 퉁명스럽게 대하는 ‘종업원’ 채씨가 못마땅했다.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채씨에게 샘이 나기도 했다. 채씨는 마사지 외에도 사채를 굴려 이자 수익을 얻고 있었다.
그때쯤 김씨는 채씨의 아파트에 들렀다가 채씨가 돈다발을 김치통에 담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 그는 ‘은행도 못 믿겠다’는 생각에서 돈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돈다발이 가득 든 갈색 김치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김씨는 김치통을 훔칠 궁리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는 채씨가 잠시 잠이 든 틈을 타 채씨의 가방에서 현관문 열쇠를 꺼내 복사해뒀다.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도 몰래 훔쳐보고 적어뒀다.
김씨는 복사한 열쇠와 비밀번호를 적은 쪽지를 마사지업소 손님으로 알게 된 김모(52)씨에게 건넸다. 손님 김씨는 지난 9월 20일 오전 10시30분쯤 채씨가 집을 비운 틈을 노렸다. 작은방에 놓여 있던 김치통을 들고 나왔다. 김치통에는 5만원짜리 돈다발이 수북했다. 무려 2억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두 사람은 이 돈을 1억원씩 나눠 가졌다. 김씨는 업소를 정리하고 한 달간 도피생활을 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채씨의 집에 침입해 현금 2억400만원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스포츠마사지 업소 사장 김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이 훔친 돈은 채씨가 전 남편으로부터 받은 위자료와 지난 10년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모은 전 재산이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씨가 돈을 더 많이 벌고 평소 잔소리가 심해서 훔치게 됐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김치통에 2억 보관 나보다 돈 많네!”… 주인이 종업원 집 털어
입력 2015-12-07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