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총장 선출제 개선인가, 개악인가… 국립대 총장 간선제 법제화 추진 논란

입력 2015-12-07 19:26

“직선제는 교수의 기득권만을 위한 제도다.”(교육부)

“정권이 국립대 장악에 나섰다.”(국립대 교수들)

교육부와 국립대 교수들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후보자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일원화하도록 ‘쐐기’를 박으려 하자 교수들이 집단으로 들고 일어났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교수들의 입김을 줄이려 하고, 교수들은 ‘대학 자율화’를 내세워 물러나지 않고 있다.

◇직선제가 정말 ‘학내 민주화’ 장치일까=교육부는 ‘직선제’란 용어에 함정이 있다고 본다. ‘교원합의제’가 정확한 용어라는 것이다. 학생·직원 등 다른 대학 구성원들은 거의 배제되므로 ‘학내 민주화’와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총장 선출권을 가진 교수집단의 권력이 비대해졌고, 이는 학생들에 대한 ‘갑질’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등의 참여를 보장하는 ‘공평한 룰’을 만드는 게 ‘민주화’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간선제에서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교수 비율을 제안할 방침이다.

교수 측은 “대학의 자율성은 지난 8월 직선제를 주장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 등 수많은 피로 일궈온 민주적 가치”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총장 선출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교육의 중립성’이란 헌법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교수들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됐다면 학생·직원들이 이의제기를 해 수정하면 될 일이고, 실제로 이런 움직임이 있었는데 교육부가 싹을 잘라버려 ‘대학 자치’를 훼손했다는 입장이다.

◇직선제는 등록금 올리고, 교육·연구 풍토 저해하나=직선제 총장은 교수들의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그 역기능에 주목한다. 총장이 교수들의 급여나 복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등록금 인상 압박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직선제가 일반적이었던 2012년 이전 상황을 보면 국립대 등록금은 2000년 219만원 수준에서 2011년에 435만원으로 배가량 올랐다. 반면 교수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보조성 경비의 1인당 평균 지급액은 2002∼2010년 기간에 33.6% 증가했다.

실제로 충청권의 한 국립대에서는 총장이 임기 말인 2010년에 교직원 급여보조성 경비를 전년 대비 35.9% 증액했고, 다른 곳에서도 급여보조성 경비를 40% 인상하려고 등록금을 올렸다가 질타를 받았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억지 논리’라고 일축한다. 최근호 상임회장은 “최근 등록금이 안 오른 걸 간선제 도입 효과인 걸로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자신들에 유리한 지표만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편다는 입장이다. 등록금과 직선제의 관계는 정교한 연구를 통해 규명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또 직선제가 연구 분위기를 흐린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장은 ‘연구역량 키우라’고 교수에게 잔소리해야 하는데 직선제에선 싫은 소리 못한다”며 “미국 유수 주립대 등이 직선제를 안 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호남권 국립대 교수는 “총장 선거가 끝나면 파벌로 나뉘어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이들이 중도적인 교수들에게 (줄서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교육부가 제대로 조사도 않고 소설을 쓴다”며 “대다수 교수들은 선거와 무관하게 연구·교육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