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지형 바꾸는 두 명의 ‘르펜’] 파리테러發 극우 돌풍… 佛 지방선거 국민전선 1위

입력 2015-12-07 21:08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대표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헤닌 보몽에서 지방선거 1차 투표 압승을 선언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국민전선은 선거를 치른 13개 도 가운데 6곳에서 1위를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대표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6일(현지시간) 남부 광역단체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 단체장 선거에서 득표율 1위를 선언한 뒤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6일(현지시간)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격인 지방선거의 1차 투표에서 역대 최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파리 연쇄테러 이후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영국 BBC방송 등은 개표 결과 국민전선이 광역자치단체인 도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전체 28%의 득표율로 선두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전선은 13개 도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곳에서 1위에 올랐다.

지역별 후보의 득표율이 50%가 넘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끼리 2차 투표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최종 결과는 오는 13일 정해질 예정이다.

특히 마린 르펜(47) 국민전선 대표와 그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25)은 각각 단체장 후보로 나선 지역에서 40%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나란히 1위에 올라 도지사 자리를 넘보게 됐다. 르펜 대표는 이번 선거 승리로 2017년 5월 대선 가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르펜 대표는 이날 선거 결과를 본 뒤 “국민전선은 프랑스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중도우파 야당 공화당(LR)은 27%,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사회당(PS)은 23.5%로 각각 2, 3위에 머물렀다.

국민전선이 턱밑까지 추격하자 집권 사회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2차 투표에서는 2곳의 결선 투표에서 후보를 사퇴시킬 방침을 밝혔다. 장 크리스토프 캄바델리 사회당 제1서기는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후보로 나선 노르 파 드 칼레 피카르디와 그의 조카 마리옹이 출마한 프로방스 알프 코트다쥐르에서 사회당 후보를 사퇴시킬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좌파 정당의 연합은 극우에 맞서는 최후의 방어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을 이끄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다른 당과의 연합이나 공화당 후보의 사퇴는 없다”고 밝혀 사회당의 계획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난달 13일 파리 연쇄테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테러로 프랑스 내 반이민 정서가 반이슬람 정서로 방향을 바꾸면서 국민전선에는 ‘호재’가 된 셈이다. 르펜 대표가 출마한 노르 파 드 칼레 피카르디 선거구는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난민들이 집단 거주하는 칼레가 속해 있기도 하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국민전선이 이번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요인에 대해 파리 연쇄테러의 비중을 과하게 둬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은 최근 들어 경기침체와 실업률에 따른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약진해 왔다. 국민전선은 지난해 3월 지방선거에서 11명의 자치단체장과 1400여명의 지방의원을 당선시켜 창당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9월 상원 선거에서는 2명의 의원을 당선시키면서 상원에 처음으로 입성하기도 했다.

파리정치대 정치연구센터의 정치분석가 브루노 코트레스는 “파리 연쇄테러 이후 국민전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피상적이지 않다”면서 “프랑스의 정치구조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