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년 만에 아르헨티나에서 중도 우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데 이어 남미 좌파 바람의 원천인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16년 만에 좌파 집권당이 패배했다. 2000년 이후 남미에서 지속돼온 좌파 물결이 퇴조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개표 결과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야권 연대인 민주연합회의(MUD)가 전체 167석 중 99석,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46석을 차지한 것이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는 집계 중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야권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것은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고 이듬해인 1999년 제헌의회가 구성돼 총선을 시행한 이래 처음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선관위 발표 직후 방송을 통해 패배를 시인하면서 경제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의회가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연합회의는 이념적으로는 중도 좌우파가 섞인 가운데 ‘차베스주의’에 반대하는 군소정당들로 결성됐다.
야권이 이번에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마두로의 사회주의 정부는 큰 동력을 잃게 됐다. 야권의 과반의석이 확정됨에 따라 일부 강경파들이 경제난 등 실정을 물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집권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최대 원인은 경제위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가 매장된 베네수엘라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올해 평균 46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원유 판매에 따른 재정수입으로 추진해 온 무상의료, 빈곤층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색채가 강한 사회정책도 한계에 봉착했다. 오일 머니로 인근 빈곤국을 지원하는 등 활발한 ‘석유 외교’도 힘을 잃었다. 브라질에서는 경제 추락과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노동자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베네수엘라 16년 만에 집권당 패배… 남미 좌파정권 몰락
입력 2015-12-07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