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야당이 또다시 당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내년 2월 1일까지 당명을 바꾸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은 만 2년도 안 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의 공동 창업주이자 ‘새정치’를 내세웠던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시사하면서 당이 사분오열된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새정치연합이 밝힌 당명 개정 이유는 간단하다. 대의원이 원한다는 것이다. ‘창당 6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장을 맡은 전병헌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무려 73%라는 압도적인 당명 개정 요구 여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여론조사는 “국회의원 물갈이를 원하나”는 여론조사만큼이나 답이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조사다. ‘새것으로 바꾸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부르기 어렵다”는 것도 당명 ‘개정파’의 주요 논거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당명은 지금보다 짧아야 하고 기억하고 발음하기 쉬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당이 1997년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했던 당시, 당명은 ‘새정치국민회의’였다. 부르기 어렵다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음절수까지 같다. 국민 지지와 당 이름의 상관관계는 없다.
새정치연합의 ‘새 이름’ 선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을 거친 뒤 다시 민주당으로 회귀한 다음 돌고 돌아 새정치민주연합이 됐다. 당명 개정은 2000년 이후에만 8번, 이번까지 포함하면 9번째다. 주요 국가의 주요 정당이 이렇게 당명을 자주 바꾼 사례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1년 내내 집안싸움만 하는 정당이 이름만 바꾼다고 국민이 돌아볼까. 중병 걸린 환자가 옷만 새것으로 갈아입는다고 병이 나을까. 그런 기적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당명은 아무 잘못이 없다.
임성수 정치부 기자 joylss@kmib.co.kr
[현장기자-임성수] 당명은 아무 잘못이 없다
입력 2015-12-07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