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스마트폰으로 급성장해 온 샤오미가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샤오미는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특허 소송에 휘말리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원천기술과 특허 없이 싸게 만들어 주목받았던 샤오미의 전략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특허전문기업 블루 스파이크가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샤오미를 제소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루 스파이크는 샤오미가 자사의 ‘데이터 보호 기법과 기기’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허 침해 대상은 미(Mi)4, 샤오미 노트, 훙미노트 등 샤오미 스마트폰 대부분이다. 이채로운 건 아직 공식 발표도 되지 않은 Mi5, Mi5 프로 등도 소송 대상에 포함된 점이다. 샤오미는 두 제품을 내년 1월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그동안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최근 퀄컴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Mi4와 훙미2 프로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통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윈도10을 탑재한 Mi4도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미에 특허는 근원적인 문제다. 전문가들은 샤오미가 보유한 특허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특허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샤오미는 인도에 진출하면서 에릭슨에 특허 소송을 당해 한동안 제품 판매가 중단됐다.
샤오미의 해결책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법뿐이다. 이럴 경우 샤오미의 강점인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어려워진다. 특허 사용료를 반영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화웨이 같이 특허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의 가격이 오른다면 경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는 그동안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조심스럽게 해외 진출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특허 소송이 빈번한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판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미가 특허 문제를 감수하고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건 중국 내수시장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후발 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샤오미가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다른 ‘산자이(山寨·짝퉁업체)’가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샤오미의 중국 내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샤오미가 성장과 쇠퇴의 갈림길에 있다’는 기사에서 샤오미의 올해 판매 목표량이 1억대였으나 현재로선 800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오미 판매량이 전년보다 떨어지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샤오미는 3분기에 중국 시장 1위 자리도 화웨이에 내줬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잘나가던 샤오미 美서 피소… 성장·추락 기로에
입력 2015-12-07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