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킨 창업주 김한길(사진)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과 함께 전격 합당을 선언해 현재의 당을 만든 주역이다. 그동안 안 의원과 보조를 맞추며 문재인 대표를 선두에서 비판해 왔지만 최근에는 당내 상황에 관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이 연일 문 대표에게 날을 세우며 최후통첩까지 날린 것과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김 의원 측 한 관계자는 7일 “김 의원이 주변에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당 분열 위기가 계속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메시지를 가다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 의원의 오랜 침묵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그와 가까운 의원들조차 “최근에 만난 지가 꽤 됐다”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내놓는다.
김 의원은 한동안 문 대표에게 가장 날선 비판을 했었다. 지난 10월 “문 대표가 내세운 혁신위의 결론은 국민 신뢰와 지지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당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고 말았다”고 했다. 9월에도 문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재신임 투표로 돌파하려 하자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며 냉소적 반응은 내놨다. 지난 5월엔 “문 대표가 대권행보를 독주하면서 나머지 (안철수·박원순) 두 분을 옆에 세우는 정도의 모양새를 가지고는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구상’을 비판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문 대표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과 문 대표는 지난달부터 당내 상황을 두고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문 대표와 모종의 교감을 나눈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김 의원이 안 의원과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됐다.
한 관계자는 “안 의원과 비주류 의원들이 행동에 돌입하면 김 의원이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 의원이 ‘문재인만으로는 안되지만 문재인 없이도 안 된다’고 해온 만큼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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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7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