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대교의 교훈… 메가 브리지 안전관리에 만전을

입력 2015-12-07 17:30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 화재 사고가 일어난 지 5일째지만 여전히 원인은 아리송하다. 정부·민간 합동감식팀은 “낙뢰 외에 다른 가능성은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상 높이 80m 지점의 케이블에서 불이 난 이유를 달리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상청은 화재 관측 시간에 낙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피복 안에 있는 왁스로 인한 자연 발생 화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토목공학 전공 교수들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볼 때 납득되지 않는 내용이 하나둘이 아니다. 낙뢰라고 한다면 기상청이 왜 관측할 수 없었는지, 주탑에 설치된 4개의 피뢰침이 흡수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시공 과정에서 얼마든지 낙뢰 가능성이 예상됨에도 내화성이 낮은 케이블 피복을 사용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 케이블 부식과 케이블 안 철심의 마찰을 막는 왁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이 정도 대형 공사를 하면서 마찰열에 견디지 못하는 왁스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밀한 대책을 세워야겠다. 기상 감시에 오류가 있었다면 보다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피뢰침 성능이나 왁스에 문제가 있었다면 효과적인 보완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서평택IC와 송악IC 사이 13㎞ 양방향 통행이 전면 금지되는 등 서해안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 신속히 복구해 물류 동맥을 잇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도로공사도 조속한 통행 재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철저한 안전 확보가 교통 편의보다 우선이다.

서해대교 사고는 국내 초대형 사장교에서 일어난 불상사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자칫 케이블이 연쇄적으로 훼손됐더라면 상상하기 싫은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는 올림픽대교, 진도대교 등의 사장교는 물론 부산 광안대교 등 길이 5㎞가 넘는 초대형 교량인 ‘메가 브리지’만 9곳이 있다. 이들 시설물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