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분양가가 3500만원 이상인 단지에만 이름이 붙여지는 아파트 브랜드가 등장한다.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수준의 분양가가 통용될 수 있는 지역은 서울 강남권뿐이다. 사실상 ‘강남 특화 브랜드’라는 의미다.
현대건설은 지난 4일 서울 강남 현대힐스테이트갤러리에서 디에이치(THE H)에 대한 미디어 설명회를 개최했다. 분양 관계자는 “3.3㎡당 3500만원 이상 단지에만 디에이치 이름을 쓰도록 허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가 기준은 내년 이후 4000만원 이상으로 상향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론칭한 디에이치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강남·서초구 재건축 조합원들만 대상으로 조용하게 설명회를 진행했다. 수요자들을 특정해 집중 공략하는 고급 브랜드 마케팅 차원이었다. 디에이치 탄생 배경에는 기존 힐스테이트 브랜드로는 강남권 고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다는 고민도 깔려 있다.
디에이치 주민들은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강남권 내에서도 다른 단지와 차별화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현대건설은 강조했다. 우선 외관에 한강을 모티브로 한 화려한 물결무늬 구조물이 설치된다. 상층부에는 입주민 전용 스카이라운지가 마련돼 주민들 간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강남에서 유일하게 테라스하우스를 일부 가구에 적용했고, 슬라브(천장·바닥) 두께를 일반 아파트의 210㎜보다 두꺼운 240㎜로 설계해 층간소음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디에이치가 적용되는 첫 단지는 내년 상반기 공급을 준비 중인 개포주공 3단지다. 삼호가든맨션 3차는 재건축을 거쳐 디에이치 반포로 이름이 바뀐다. 향후 현대건설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본격 공략해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 걸쳐 ‘디에이치 벨트’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디에이치가 가뜩이나 높은 강남권의 분양가 인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 반포 일대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을 이미 넘어섰다. 최근 1순위 청약을 받은 반포래미안아이파크는 3.3㎡당 평균 분양가 4240만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분양가지만 12월 중순 공급이 예정된 신반포자이가 이보다 높은 분양가로 신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디에이치가 부(富)를 매개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기존 힐스테이트 고객들의 반발 또한 예상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현대건설, 고급 아파트에만 ‘디에이치’ 단다… ‘강남 특화 브랜드’로 재건축 승부수
입력 2015-12-07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