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종로大戰 관전법

입력 2015-12-07 17:28

종로는 여전히 수도 서울의 중심이다.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경복궁과 창덕궁, 미국대사관이 위치해 있다. 정치1번지, 행정1번지, 문화1번지라 불리는 건 당연하다. 20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이곳 종로가 또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에 맞서고자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이 한 치 양보도 없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정치적 상징성이 큰 이 지역 당선을 계기로 대통령의 꿈을 가다듬으려 한다.

종로는 그동안 거물 정치인을 많이 배출했다. 대통령 3명(윤보선 이명박 노무현), 총리 2명(이윤영 장면), 주요 정당 최고지도자 5명(박순천 유진오 이민우 정대철 정세균)이 이곳에서 배지를 달았다. 장기영 정일형 이종찬도 이곳 출신이다. 특히 윤보선은 1954년 3대 총선 이후 세 번 연거푸 당선돼 제2공화국 대통령에 올랐다. 이명박은 96년 15대 총선, 노무현은 98년 재선거에서 배지를 달았다. 총선 때마다 종로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85년 12대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을 일으킨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민추협 공동의장이던 김영삼은 선명야당 기치를 내걸고 창당된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를 종로·중구에 전격 출마시키는 승부수를 던져 성공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오세훈은 이번에 비상한 각오로 재기를 노린다. 이곳 토박이로 16∼18대 의원을 지낸 박진에게도 정치생명을 건 재기전이다. 공천은 어차피 일반시민과 당원이 함께 참여하는 경선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오세훈은 일반시민, 박진은 당원에게서 다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세균이 버티는 본선 고지 점령은 더 험난할 수 있다. 서울 한복판의 3자 대결 판세는 총선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종로대전(大戰)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